'9.13 대첩'. 주인공은 NC 내야수 지석훈(31)이었다.
NC는 지난 13일 마산 SK전에서 역사에 남을 만한 드라마를 썼다. 7회초까지 3-11로 뒤지며 패색이 짙었지만 7회말 지석훈의 솔로 홈런을 시작으로 8회까지 6-11로 따라붙었다. 9회말 마지막 공격을 앞두고 5점차로 뒤져 있었지만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남겨놓고 지석훈이 역전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터뜨리며 12-11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마산은 열광의 도가니였다.
올 시즌 8점차 뒤집기는 리그 3번째 기록. 9회 5점차 열세를 뒤집은 건 역대 최다타이 기록으로 시즌 두 번째이자 KBO 역사를 통틀어서도 4번째. 해태가 1990년 6월3일 무등 롯데전, LG가 2006년 8월16일 잠실 롯데전, kt가 8월19일 수원 넥센전에서 5점차 열세를 뒤집었는데 NC가 4번째 드라마를 썼다.

그 중심에 바로 지석훈이 있었다. 8번타자 3루수로 선발출장한 지석훈은 5타수 5안타 2홈런 4타점으로 대폭발했다. 프로 데뷔 첫 5안타, 멀티 홈런, 두 자릿수 홈런 그리고 첫 끝내기 홈런까지 모두 경험하며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지석훈에게 이날은 올 시즌이 그에게 어떤 해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데뷔 후 가장 많은 123경기를 출장하고 있는 지석훈은 주전 3루수로 타율 2할6푼3리 99안타 10홈런 40타점을 기록 중이다. 안정된 수비뿐만 아니라 데뷔 첫 규정타석을 채우며 최다 안타·홈런·타점으로 타격 실력도 뽐냈다.
휘문고 출신으로 지난 2003년 현대에 2차 1번 전체 6순위로 지명된 지석훈은 2013년 4월 트레이드를 통해 NC로 팀을 옮겼다. 지난 2년은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는 수비형 백업 선수로 활약했고, 올해는 모창민의 부진을 틈타 주전 3루 자리를 꿰찼다. 화려하지 않지만 소금같은 활약으로 NC의 2위 돌풍에 일조했다. NC의 끝내기승리 3번도 모두 지석훈이 했다.
NC 김경문 감독은 "기회는 노력하는 사람이 잡는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기회를 잡는 게 아니다. 석훈이가 그만큼 뒤에서 준비를 많이 했고, 기회가 왔을 때 잡은 것이다. 현대에서 1번으로 뽑은 선수일 정도로 자질이 있었던 선수"라며 "야구란 게 3할 타율과 10승 외에도 정말 팀이 필요로 할 때 하는 성적이 있다. 주전이 빠진 가운데 석훈이가 그 자리에 가서 보이지 않게 차근차근 잘해줬다.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차곡차곡 많은 승을 쌓을 수 있었다"고 지석훈의 가치를 높이 샀다.
지석훈은 "경기에 많이 나가며 여유가 생겼다. 항상 마음속으로 경기를 '즐기자, 놀자'는 생각으로 한다. 그래서 긴장도 덜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첫 끝내기 홈런을 친 날은 떨리는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그는 "끝내기 홈런은 처음 쳤다. 정신이 없지만 기분이 좋다. 가슴이 떨린다"고 말했다. 지석훈의 끝내기 스리런으로 완성된 8점차 대역전쇼, 보고도 믿기지 않는 드라마에 NC팬들도 마찬가지 심정이었을 것이다. 지석훈의 야구 인생이 화려하게 만개했다. /waw@osen.co.kr

NC 다이노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