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준의 e스포츠 엿보기] 다시 터진 승부조작 사태, e스포츠도 '황색 경보' 발령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5.09.14 07: 41

"또 다시 승부조작 파문이 터졌잖아요. e스포츠 역시 결코 안전지대라고 할 수 없습니다. 불법 브로커로 자청하는 사람들이 협회로 전화가 와서 증거가 있다면서 거래를 하려고 할 정도니깐요. 이들의 주장을 장난으로 인식하기에는 사안이 중대한 거죠. 주의에 주의를 거듭하고 조심하고 있지만 e스포츠에도 사실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거죠. 협회에서도 여러가지 정황을 수집해서 조사에 들어갔고, 사이버수사대에도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e스포츠에서 승부조작은 너무나 뼈아픈 주홍글씨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10년 터졌던 승부조작은 마재윤을 포함해 11명의 전현직 프로게이머들이 가담한 것이 알려지면서 e스포츠 업계의 존망까지 흔들었다. 지난해에는 '피미르' 천민기가 12층에서 투신하면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올해 역시 지난 5월 삼성 강민수가 승부조작 제안을 받은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면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국e스포츠의 한 관계자는 최근 프로농구 및 유도선수들의 승부조작 관련 이야기를 하면서 열변을 토했다. 지난 8일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수사과는 26명의 프로농구 및 유도선수들을 승부조작과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검거했다. 이들 중 무려 프로농구 선수 12명과 유도선수 13명은 인터넷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서 상습적으로 베팅을 한 것으로 밝혀지면 사회에 파문을 일으켰다.

e스포츠 역시 승부조작이나 경기조작에서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협회 관계자는 OSEN과 인터뷰를 통해 통렬하게 현재 e스포츠 시장이 승부조작이나 경기조작에 노출되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부적절한 유혹이 들어오고 있는 가운데 선수들과 e스포츠계가 다시 한 번 파멸의 구렁텅이로 빠지면 안된다고 강조하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피미르' 천민기 선수 건으로 한 차례 충격파가 일었던 LOL에 대해서도 방심하면 안된다. 대부분의 팀들이 코칭스태프를 중심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하지만 친분을 앞세워 달려드는 뚜쟁이들에 대한 정보가 들리고 있다"면서 "실제로 수사의뢰를 하고 있지만 진전이 없는 상태라 지금은 선수들에 대한 윤리의식 확충에 대한 교육을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OSEN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협회 뿐만 아니라 프로게임단 내에서도 승부조작이나 경기조작을 방지하기 위한 움직임이 필사적이다. 팬들과 접촉이 비교적 자유로운 e스포츠 특성을 고려하면 선수들은 유혹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
수법 역시 더욱 대담해지고 있다. 협회에서 파악한 바에 따르면 전직 프로게이머 출신 브로커들은 친분을 앞세워 선수들을 유혹하고 있다고. 일부는 심지어 경기장에서 빌드를 물어보면서 불법 베팅사이트에서 이득을 취하려고 하고 있다고 파악됐다. 실례로 프로게임단 A의 경우 경기 중 접촉을 방지하기 위해서 경기장에서는 코칭스태프를 반드시 포함해 3인 이상이 움직이게 하고 있고, 끊임없는 직업윤리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이 같은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것을 포착한 협회는 정황을 수집하면서 조사에 들어갔고, 사이버수사대에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했다. '피미르' 천민기 투신 이후 비교적 잠잠했던 LOL쪽에도 친분 관계를 앞세워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해당 프로게임단에서 이와 같은 움직임을 불순한 의도를 가진 접근으로 파악해 사적인 만남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일부 경기인들은 원천적으로 불법 베팅 방지를 위해 경기적으로도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프로게임단 감독 B는 "선수들이 정상적으로 경기를 하더라도 예를 들어 선수들의 경기 진행과정을 두고서 베팅하는 사례가 있다고 들었다. 이런 사례들을 수집해서 경기 중 잡음이 일어날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의 마음가짐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문제 다른 하나는 불법도박 사이트나 불법을 자행하는 이들을 단속하고 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다. 정부에서도 보다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중요한 제보가 들어와도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현상황을 돌아보면 e스포츠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불법 승부조작과 경기조작의 위협에서 결코 자유로워 질 수 없다. /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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