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스포츠도박’ KBL만의 문제 아니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5.09.15 06: 39

불법스포츠도박은 과연 프로선수들만의 문제일까.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수사과(총경 곽경호)는 8일 오전 브리핑을 갖고 승부조작과 불법 스포츠도박을 한 혐의로 전·현직 프로농구선수 12명을 입건했다. 그 중에는 대학시절 불법스포츠도박을 한 프로농구 간판스타 김선형(27, SK)과 오세근(28, KGC)이 포함돼 충격을 줬다.
KBL은 8일 오후 긴급 재정위원회를 소집해 해당 선수들에게 ‘기한부 출전보류’를 내렸다. 아울러 KBL은 10일 관계자들이 모여 자정결의대회를 했다. 그리고 KBL은 지난 12일 예정대로 개막했다. 과연 앞으로 불법스포츠도박을 한 선수가 다시는 나오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경찰에 따르면 입건된 12명 중 8명은 대학시절 불법스포츠도박을 했다. 그 중 중앙대출신 선수들은 서로 어울려 단체로 베팅을 했다가 무더기로 검거됐다. 이들은 대학시절 불법스포츠도박을 한 것이 프로경력에 큰 오점이 될 것으로 인식하지 못했다. 프로에 가서만 안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이었다. 불법스포츠도박에 대한 선수들의 죄의식이 그만큼 떨어지고,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KBL 역시 김선형의 대학시절 불법스포츠도박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바 있다.
경찰은 현직프로농구선수들을 수사대상으로 한정했다. 공소시효 5년이 지난 프로선수 1명도 혐의가 밝혀졌으나 법적처벌이 불가능해 수사선상에서 제외됐다. 그렇다면 불법스포츠도박을 한 아마추어 선수들은 더 많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검거된 대부분의 선수들이 아마추어 신분으로 불법스포츠도박을 했다. 그렇다면 대한농구협회, 대학농구연맹, 중고농구연맹 등의 단체들도 큰 책임이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들 단체에서 불법스포츠도박 관련 실태를 조사하거나 정신교육을 실시하는 등의 재발방지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민형 고려대 감독은 “아직 농구협회나 대학연맹에서 지시받은 사항이 없다. 우리 선수들을 상대로 자체조사를 했다. 다행히 (도박을) 해봤다는 선수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조사에서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라며 경각심을 보였다.
지도자가 선수들의 사생활을 일일이 감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아마추어 선수들이 경각심을 갖고 도박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아마추어라도 불법스포츠도박을 하면 어떻게 처벌받는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주입하는 현실적인 교육이 뒤따라야 한다.
농구협회 관계자는 “농구협회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불법스포츠도박의 수법도 첨단화되고 있다. 대학농구연맹, 중고농구연맹 등 다른 단체와 협의해 조만간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 jasonseo34@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