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주전 3루수로 도약한 허경민(25, 두산 베어스)은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 14일까지 99경기에 출전한 그는 타율 3할1푼2리, 28타점 5도루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쳐 첫 3할 타율도 기대된다.
물론 아직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한 것이 문제다. 시즌 초 3루수는 외국인 선수 잭 루츠의 자리였다. 그가 자리를 비웠을 때, 그리고 퇴출되어 떠난 뒤 데이빈슨 로메로가 오기 전까지는 최주환이 3루를 꿰찬 탓에 허경민이 본격적으로 주전 3루수가 된 것은 시즌 중반이었다. 시즌 초에는 허경민 본인도 햄스트링이 좋지 않아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바 있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남은 18경기에 결장하지 않고 경기 당 4.17타석을 소화하면 규정타석을 충족시킬 수 있다. 최근 9경기에서는 42차례(경기 당 4.67회)나 타석에 들어서며 타율 3할3푼3리를 기록해 규정타석 진입도 불가능이 아님을 증명했다.

팀의 순위 경쟁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기에 욕심은 금물이다. 허경민도 지난 12일 잠실 kt전을 앞두고 이에 대한 질문에 "1번으로 계속 나가서 잘 한다면 규정타석에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팀이 연패에 빠져서 그런 생각을 할 때는 아니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지금 같은 타격만 보여준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 50타석 이상 들어선 5월부터 7월까지 허경민은 매월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했다. 처음으로 월간 100타석을 넘긴 8월에는 2할9푼3리로 떨어졌지만 결코 부진했다고 할 수는 없는 타율이다. 9월에도 2할8푼9리를 올리고 있어 3할로 올라설 여지는 충분하다.
공격에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면서도 경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이 꾸준한 성적의 비결이다. 허경민은 이에 대해 "지금까지 내 자리가 주전인 상태에서 스프링캠프를 들어갔던 적이 없었다. 지금도 완전히 주전이 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시즌 중반부터 선발 출장이 늘어난 선수에게 있어 규정타석 3할은 혼자서는 불가능한 기록이다. 3할은 본인만 잘 치면 되지만, 규정타석은 타석이 자주 돌아와야만 이룰 수 있다. 그러려면 팀 타선 전체의 공격력이 활발해야 한다. 허경민이 1번에 배치되고 있어 타순이 한 바퀴 돌면 가장 먼저 타격 기회를 갖는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본인은 절대 신경 쓰지 않겠다고 했지만, 허경민의 규정타석 3할은 두산의 성적과도 연관이 있다. 허경민이 한 경기에 5회 이상 타석에 들어선다는 것은 그만큼 두산 타자들이 많이 출루했다는 의미다. 자주 출루하면 승률은 올라간다. 따라서 잔여경기를 통해 허경민이 규정타석을 채울 수 있다면 두산의 순위는 지금보다 높아질 수 있다. 1번타자가 부상과 부진 없이 매 경기 출전하고, 뒤이어 나오는 타자들도 쉽게 아웃되지 않고 끈질긴 공격을 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