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만의 가을야구, 해보고 싶다".
한화 외야수 김경언(33)은 올 시즌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다. 93경기 타율 3할5푼5리 118안타 15홈러 73타점 50득점 출루율 4할2푼6리 장타율 5할5푼4리 OPS .980은 모두 커리어 하이 기록. 종아리 부상으로 40일 넘게 공백이 있는데 규정타석 21타석만 채우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성적이다.
김경언은 "그동안 난 너무 낮은 곳에만 있었다. 다른 선수들이 어릴 때 이미 했을 기록을 34살에 했다. 이제 올라갈 것밖에 없다"며 "캠프 때부터 많은 훈련을 했지만 이 정도까지 기대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스스로도 올해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김경언이 가장 소망하고 있는 건 역시 한화의 가을야구다. 14일까지 한화는 61승69패 7위로 5위 롯데(62승67패1무)에 1.5경기차로 뒤져있다. 후반기 가장 저조한 성적으로 7위까지 내려앉았지만, 여전히 1.5경기차로 추격권에 있어 포기하기엔 이르다.
김경언은 KIA 시절 포스트시즌에 뛰어본 경험이 있다. 그는 "2004년인가, 두산과 준플레이오프가 마지막이었다. 올해 5강에 간다면 11년만의 가을야구가 된다. 내게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꼭 가을야구를 하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2010년 한화 이적 후에는 가을야구 근처도 가보지 못했다.
이처럼 김경언이 가을야구를 기다리는 건 승부사 기질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포스트시즌에 강했다. 타율이 5할쯤 될 것이다. 큰 경기라고 해도 떨리거나 하는 게 없었다. 그런 (중압감 있는) 경기를 좋아한다"는 것이 김경언의 말이다. 평소 찬스에 강한 김경언이라면 가을야구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실제로 김경언은 KIA 시절 2002~2004년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서 인상 깊은 성적을 남겼다. 총 8경기를 출장, 14타수 7안타 타율 5할과 함께 5타점을 올렸다. 자신의 기억대로 정확히 5할의 타율을 기록했으며 볼넷 2개를 더해 출루율은 5할6푼3리에 달한다. 당시 20대 초반 어린 나이에도 펄펄 날았다.
이제는 30대 중반을 향하는 베테랑으로 타격 기술의 완성도가 높아졌다. 무엇보다 10년을 참고 기다린 가을야구에 대한 열망이 어느 때보다 크다. 김경언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한화 선수들이 가을야구에 목말라있다. 남은 14경기에서 포스트시즌 소망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