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이재원, 고난 속에서도 성장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9.15 13: 07

이재원(27, SK)은 지난해 전반기 리그 전체의 관심을 모은 타자였다. 천부적인 타격 재능이 모처럼 기회를 만나 폭발했다. 전반기 79경기에서 타율 3할9푼4리를 기록했다. 한 때 ‘4할 도전’이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약점이 없어 보였다. 홈런은 10개로 전형적인 거포 스타일의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중·장거리 타자로서는 이상적인 스윙이었다. 타구는 굳이 왼쪽으로만 날아가지 않았다. 좌중간, 우중간 깊숙한 곳을 갈랐다. ‘스프레이 히터’의 최고봉이었다. 많은 감독들도 이재원의 이런 타격에 대해 놀라워했다. 투수들은 “던질 곳이 마땅치 않다”라고 했다. 동료가 보내줄 수 있는 최고의 찬사였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약점은 드러났다. 기술적인 문제는 크지 않았다. 코스의 문제도 결정적이지는 않았다. 체력이 이재원의 앞을 가로 막았다. 풀타임 첫 해였던 이재원은 후반기 41경기에서는 타율 2할8리에 그쳤다. 전반기 최고 타율을 다투던 이재원은 후반기 최저 타율을 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선수가 됐다. 체력이 떨어져 제대로 된 스윙이 나오지 않았다. 스스로도 아쉬움이 큰 시즌이었다.

올해도 비슷한 길을 밟는 듯 했던 이재원이다. 이재원은 전반기 79경기에서 타율 3할1푼5리, 9홈런, 71타점을 기록했다. 타율은 지난해 전반기보다 조금 낮아졌지만 해결사로서의 능력이 워낙 좋았다. 71타점은 팀 내 최고였고 리그에서도 이보다 더 많은 타점을 기록한 선수는 몇 없었다. 전반기 내내 부진했던 SK 타선을 홀로 끌고 갔다. 그러나 후반기에는 다시 타율이 폭락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전철을 그대로 밟는 듯 했다.
역시 체력 문제가 가장 컸다. 이재원은 올 시즌 주전 포수 정상호보다도 더 많은 마스크를 쓰고 있다. SK 포수진의 지형도가 이동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지난해가 풀타임 첫 해였다면, 올해는 풀타임 포수 첫 해인 것이다. 당연히 체력적으로 소모가 더 크다. 준비를 많이 했지만 소모 속도는 그 준비의 이상이었다. 이재원은 후반기 45경기에서 타율 2할2푼8리에 그치고 있다. 시즌 타율도 한 때 2할7푼5리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심리적인 문제도 겹쳤다. 전반기 내내 팀 타선을 끌고 갔던 이재원은 책임감이 대단한 선수다. “기회 때 반드시 내가 해결한다”라는 마음가짐이 크다. 그러나 후반기에는 그 마음가짐이 오히려 독이 됐다. SK 코칭스태프는 “이재원을 뭐라 할 문제는 아니다. 체력적으로도 많이 지쳤고 결국 그토록 기다렸던 동료들의 지원도 없었다. 홀로 한 시즌을 버틸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안쓰러워했다.
그러나 이재원은 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 단계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타율이 계속 미끄러졌다면, 올해는 반등의 실마리를 찾아나가고 있다. 체력적으로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지난해처럼 그대로 무너지지는 않고 있는 셈이다. 8월 한 달 동안 1할7푼6리의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시달렸던 이재원은 9월 12경기에서는 타율 3할8푼9리, 3홈런, 6타점을 기록하며 반등세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4할6리의 맹타다. 13일 마산 NC전에서 3안타를 친 것을 비롯, 10경기 중 5경기에서나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마냥 무너지지는 않고 있는 셈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난해와는 달리 스스로 실마리를 찾아나가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타율도 다시 2할8푼5리까지 올랐다. 100타점까지도 5개만 남았다. 아쉬움 속에서도 뚜렷한 성장의 조짐을 보여주고 있는 이재원이다. 내년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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