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국내 최초 돔구장인 고척스카이돔에서는 야구 만화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이날 고척돔에서는 완공 기념 미디어데이가 열린 뒤 이벤트 행사로 여자야구대표팀과 서울대 야구부가 5이닝 경기를 가졌다. 이날 서울대 야구부 선발 라인업에는 9번 겸 우익수로 배트를 잡은 '홍일점' 선수가 있었다. 바로 서울대 야구부 매니저 전혁주(20)였다.
전혁주는 kt wiz 내야수 전민수(26)의 동생으로 오빠를 통해 야구를 접하기 시작했다. 서울대 작곡과에 입학한 뒤 야구가 좋아 야구부에 들었고 매니저로 궂은 일을 맡았다. 그렇게 어깨 너머로 야구를 배운 전혁주에게 일주일 전 감독이 "경기 한 번 나가볼래?"라는 농담 같은 말을 던졌는데 그게 현실이 됐다.

전혁주는 이날 경기에 나서 2타수 무안타 1볼넷 1득점을 기록하며 자신의 첫 출장을 마쳤다. 야무지게 배트를 돌려 파울이나 뜬공을 치기도 했지만 자신의 타석에서 폭투가 나왔을 때 당황해 주자가 뛰어들어오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전혁주는 "고척돔도 첫 경기고 저도 첫 경기여서 의미있었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오빠인 전민수도 어머니가 녹화해온 영상을 통해 동생의 '데뷔전'을 봤다. 전민수는 15일 "어떻게 배웠는지 타격폼이 정말 예쁘더라. 깜짝 놀랐다. 동생이 이렇게 야구를 좋아하는지는 몰랐는데 야구부 매니저를 하면서 제가 성균관대에서 야구를 하고 있으면 응원을 오고 그랬다. 동생에게 제 폼을 녹화하게 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한 소녀의 꿈은 이뤄졌다. 전민수는 "동생은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일은 어떻게 해서든 해냈다. 똑부러지고 매사에 밝아서 어린 동생이지만 그 점은 닮아야 한다고 생각했다"전했다. 오빠가 프로에 입단한 뒤 늦게까지 훈련을 하고 오면 동생은 새벽까지 공부를 하고 있거나 책상에 엎드린 채 잠들어 있던 '똑순이'였다.
야구부 매니저에게 언제 다시 선수의 기회가 올 지는 알 수 없다. 전혁주는 "재미있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앞으로 학교 안에서는 또 경기를 할 수 있겠지만 밖에서는 또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설레고 기뻤다"며 밝은 표정으로 경기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만화 속 야구부 매니저들의 한계를 넘어 실제로 글러브를 든 소녀의 웃음은 그래서 더 건강했다./autumnbb@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