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에서 선발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더스틴 니퍼트(34)의 선발 등판 시기, 그리고 그에 따른 연쇄작용이 두산 베어스 마운드 구도를 바꾼다.
올해 골반, 어깨, 서혜부 통증을 차례로 겪으며 오랜 기간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있었던 니퍼트는 16경기에서 4승 5패, 평균자책점 5.58로 부진하다. 최근 불펜에서 활동 중인 그는 곧 선발투수라는 본연의 위치로 돌아간다. 니퍼트가 아프지 않고 자기 기량을 발휘한다는 전제 하에 지옥의 7연전을 거치면 기존 선발 중 1명은 무조건 자리를 내줘야만 한다.
김태형 감독은 니퍼트를 정규시즌이 끝나기 전 선발로 돌릴 방침이다. 김 감독은 지난 15일 잠실구장에서 있었던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를 앞두고 니퍼트를 언제 선발진에 포함시키겠냐는 질문에 "아직 정하지는 않았다. (불펜에서) 1번 정도 더 보고 선발로 투입할 것이다. 본인이 투구 수 100개 정도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는데 상태를 봐야할 것 같다. 틀을 정해두지는 않고 상황을 보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두산은 22일부터 28일까지 7연전을 갖는데, 김 감독은 니퍼트를 이 시기에 선발로 넣으려는 생각도 하고 있다. 7연전을 치르게 되면 5명의 선발 중 2명이 4일 휴식 후 등판을 하게 된다. 대신 니퍼트를 집어넣어 임시 6선발 체제를 가동하면 평소와 마찬가지로 한 명만 4일 휴식 후 선발 등판하면 된다. 지금은 엔트리가 확대되어 있어 선발이 6명으로 늘어나도 불펜 인원은 부족하지 않다는 점에서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 "6선발을 쓸 수도 있고, 한 명이 빠질 수도 있다"도 답했다. 15일 경기에서 선발 허준혁이 ⅔이닝 5실점하고 패전투수가 된 탓에 김 감독의 고민도 더욱 깊어졌을지 모른다. 전반기 1.08이었던 허준혁의 평균자책점은 후반기엔 5.55로 좋지 않다. 허준혁, 이현호를 포함한 6선발보다 선발투수 2명이 일시적으로 4일 휴식을 하더라도 선발은 5명인 것이 낫다고 판단되면 둘 중 하나는 선발진에서 제외될 여지도 없지 않다.
정해진 것은 어쨌든 니퍼트가 정규시즌이 끝나기 전에 선발투수로 돌아간다는 것 하나뿐이다. 시기도 확정되지 않았고 다른 선수를 대체할지, 아니면 니퍼트를 위해 한 자리를 비울지도 아직 모른다. 단 한용덕 투수코치는 "당겨써서 좋은 결과가 나왔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며 선발의 짧은 휴식을 경계했다. 이어 "팀이 아직 2위 다툼을 하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덧붙이며 무리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표현했다. 한 코치의 말대로 지금은 6경기차로 멀어진 2위 NC보다는 2경기차인 3위 넥센을 바라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이어 한 코치는 니퍼트가 지금까지 부진했던 원인도 간단히 지적했다. "일요일(13일)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되기는 했지만 내용이 완전히 깔끔한 것은 아니었다. 바깥쪽으로 많이 던지던데, 그 정도 공이면 몸쪽으로 좀 붙여도 괜찮다. (지금껏 부진했던 것이)제구가 안 돼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니퍼트 시프트'는 두산의 가을 마운드 운용과도 연관이 있다. 김 감독은 포스트시즌에 선발을 3명만 활용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바 있다. 자리가 굳건한 선발은 유희관, 장원준이 전부다. 선발 한 자리를 두고 두 외국인 선수가 경쟁한다. 니퍼트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앤서니 스와잭이 던질 자리까지 결정된다. 성향만 보면 구종이 다양한 니퍼트는 선발, 스와잭은 불펜이 어울리지만 다시 얻은 선발 기회에서 니퍼트가 부진하면 그를 선발로 밀어붙일 수만도 없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