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과 각성’ SK 타선, 최정 없이도 풀리는 이유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9.16 13: 01

절망적인 소식이었다. 한창 순위싸움에 바쁜 시점에서 간판타자 최정(28)이 다시 부상으로 빠진다는 소식에 모든 관계자들이 할 말을 잃었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거짓말처럼 최정이 빠진 뒤 타격이 살아나고 있다. 긴장과 각성 효과에 SK 타선이 점차 힘을 내고 있다.
최정은 지난 9일 인천 롯데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봉와직염 때문이었다. 전력의 공백이 커 보였다. 성적으로도 나타났다. 최정은 올 시즌 어깨 부상으로 한 차례, 그리고 발목 부상으로 한 차례 1군에서 제외됐다. 중심을 잃은 당시 팀 성적은 처참했다. 첫 번째 부상 당시에 SK는 8승12패, 두 번째 부상 당시에는 2승6패를 기록했다. 합쳐 10승18패였다. 쉽게 메울 수 있는 공백이 아니었다.
올 시즌 잦은 부상으로 고전하고 있다고는 해도 최정은 최정이었다. 81경기에서 타율 2할9푼5리, 17홈런, 58타점을 기록했다. 지나치게 많아진 삼진 등 이상요소가 보이기는 했지만 건강할 때는 그럭저럭 자신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당장 공·수에서 최정의 공백을 메울 만한 선수가 마땅치 않은 SK였다. 벤치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박진만까지 부상을 당하자 SK의 고민은 더 커졌다. 그대로 무너지는 듯 했다.

하지만 SK는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최정 이탈 후 타격 성적이 더 좋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SK는 최정의 부상 이후 가진 6경기에서 팀 타율이 3할2푼4리에 이른다. 이는 NC(.322)에 조금 앞서는 리그 1위 기록이다. SK와 NC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은 팀 타율이 3할 아래다. SK는 6경기에서 6개의 홈런을 터뜨렸고 39득점을 올리는 등 공격에서는 나무랄 데 없는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선수단 내부에서는 긴장 효과가 도드라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정이 부상으로 빠졌고 나주환이 2군에 있는 상황에서 SK 내야는 기회가 열렸다. 2루와 3루에 확실한 주전이 없다보니 자연스레 경쟁이 이어졌다는 평가다. 여기서 기회를 잡은 선수가 이대수였다. 잔부상으로 올 시즌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던 이대수는 시즌 막판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5경기에서 타율 6할6푼7리의 맹타를 휘두르며 3루를 꿰찼다. 타율로만 보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셈이 됐다.
여기에 타격이 부진했던 몇몇 선수들을 과감히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한 것도 선수단 내부에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다. 그간 타율이 추락하고 있었던 외국인 선수 앤드류 브라운과 김강민이 선발에서 제외된 시기가 있었다. 이들은 팀의 확고부동한 주전 선수들이었다.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이들의 제외나 하위타순 배치는 “성적으로 판단한다”는 벤치의 메시지를 부각시킨 셈이 됐다. 선수들의 긴장감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각성 효과도 있었다. 최정의 부상으로 모든 선수들이 위기의식을 제대로 공유하기 시작했다. 주축 선수들이 더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 부진했던 이재원은 최정 부상 이후 3할7푼5리, 김성현은 3할8푼1리, 박재상은 4할3푼8리의 맹타를 휘둘렀다. 정의윤(.346)이 7타점을 올리며 중심타선에서 최정의 빈자리를 메워준 것도 큰 힘이 됐다. 최근에는 김강민도 살아나며 힘을 보태고 있다.
외견상 전력은 약해졌지만, 내부의 건전한 기운이 샘솟은 결과 좋은 결과가 났다. 이제 SK는 이런 분위기를 이어나가는 것이 가장 큰 과제로 떠올랐다. 마운드는 그럭저럭 힘을 유지하고 있는 SK다. 최근처럼 타선만 제 때 힘을 낸다면 남은 경기에서 해볼 만한 위치까지 올라설 수 있다. 현재 8위지만 5위 롯데와의 승차는 아직 2경기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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