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트가 어려운 두산, 1점 뽑기가 힘들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9.17 06: 05

두산 베어스는 길었던 6연패를 끊은 뒤 다시 2연패에 빠졌다. 연패 과정에서 필요한 상황에 1점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부족했다.
최근 두산의 부진 원인을 마운드에서 찾자면 선발진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두산은 지난 4일 마산 NC전에서 유희관이 6⅓이닝 1실점 호투하고 선발승을 거둔 뒤 누구도 선발승을 거두지 못했다. 물론 불펜이 리드를 지키지 못해 역전패한 경우도 적지 않았지만 근본적으로 선발이 5회 이전에 물러난 경기도 자주 있는 편이었다.
공격력은 더욱 심각하다. 데이빈슨 로메로의 무게감이 타 팀 외국인 타자들에 비해 무겁지 않은 두산의 중심타선은 국내 선수들로만 구성되어 있는데, 파괴력에 있어 외국인 타자가 20홈런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팀들의 중심타선에 비해 열세다. 게다가 최근에는 작전 수행 능력 부재도 심각하다. 간단히 말해 번트 시도가 성공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보기 힘들다.

1년 전 있었던 힘든 시기들과 비교했을 때 현재 나타나고 있는 모습은 조금 다르다. 지난 시즌 사령탑 송일수 감독은 상황과 관계 없이 무분별한 번트 작전을 많이 폈다. 극단적인 예로 8, 9번에서 출루해 무사 1, 2루를 만든 뒤 팀 내에서 타격감이 가장 좋은 1번 민병헌이 번트를 대는 식이었다. 강공을 지시해도 될 상황에도 번트를 지시해 대량 득점의 기회를 스스로 차단하는 듯한 이닝도 많았다.
반면 올해는 작전을 펴는 시점보다 수행 과정 자체에 문제가 많다. 무사 1루에서 2스트라이크 이전까지 내야 페어지역 안에 번트 타구를 집어넣지 못해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어쩔 수 없이 강공으로 전환하거나 타구가 떠 투수나 포수, 내야수에게 잡히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12일 잠실 kt전에서 발생했던 트리플 플레이 상황이었다. 무사 1, 2루에 양의지의 번트가 떴고, 플라이 아웃된 뒤 1루와 2루에 있던 주자까지 차례로 아웃을 면하지 못해 이닝이 끝났다.
최근 계속해서 두산의 발목을 잡았던 번트 실패는 16일 잠실 롯데전에서도 반복됐다. 1회말 선두 박건우가 중전안타로 출루했지만 허경민의 번트에 선행주자가 2루에서 아웃됐다. 민병헌의 좌전안타 후 2사에 양의지가 3점홈런을 쳐 번트 실패를 덮었지만, 이후에도 두산은 결정적인 찬스에 번트를 성공시키지 못해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5-7로 뒤지다 7회초 선두 허경민의 중전안타, 민병헌의 볼넷, 김현수의 중전안타로 무사 만루를 만든 두산은 양의지의 2타점 좌전 적시타로 7-7 동점을 이뤘다. 이어진 무사 1, 2루에서 추가 득점했다면 더스틴 니퍼트-이현승을 차례로 마운드에 올려 뒷문을 잠가 롯데를 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최주환이 번트를 성공시키지 못하고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린 뒤 삼진을 당했고, 두산은 오재원의 투수 앞 땅볼로 만들어진 2사 1, 3루에서 강영식의 폭투가 이민호 주심의 몸에 맞는 불운 속에 홈으로 파고들던 김현수가 홈에서 아웃되며 추가점을 얻어내지 못했다. 두산으로서는 승리의 여신이 등을 돌린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에 앞서 번트가 성공되어 1사 2, 3루에서 공격이 진행됐다면 어떻게든 점수를 뽑아 8-7로 앞설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컸다는 점에서 100% 불운 탓으로 돌리기는 어려웠다.
불운은 앞서 지나쳤던 기회를 스스로 살리지 못한 팀에 찾아온다. 16일 잠실 경기에서는 두산이 그런 팀이었다. 필요할 때 1점은 때로 여유 있는 상황에서의 2점보다 가치 있다. 두산은 최근 꼭 필요할 때 1점을 짜낼 역량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는 중이다. 가을에는 어느 때보다 섬세한 야구가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작전 수행능력 부재는 앞으로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떨쳐내야 할 모습이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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