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을 가리지 않고 묵묵히 마운드에 나섰다. 남들만큼 화려한 세이브나 홀드 기록은 없지만 소화이닝에서 드러나는 가치까지 가릴 수는 없다. SK 불펜의 마당쇠 전유수(29, SK)가 올해도 불펜의 숨은 고과 1위로 발돋움하고 있다.
전유수는 16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승리의 결정적인 발판을 놨다. 상황은 7-5로 쫓긴 8회 상황이었다. 7회 1점을 내준 SK는 8회 박희수가 선두 박한이에게 볼넷을 내주며 다시 위기에 몰렸다. 이미 박정배 윤길현 신재웅 박희수라는 필승조 라인 투수를 모두 소모한 SK는 9회 등판할 정우람까지의 ‘1이닝 다리’가 필요했다. 여기서 SK 벤치의 선택은 전유수였다.
전유수는 올 시즌 8회 필승조로 등판한 경험은 그렇게 많지 않다. 주로 팀이 근소하게 뒤지고 있어 포기하기 어려운 상황, 혹은 앞서고는 있으나 선발투수가 일찍 내려간 상황에서 1~2이닝 정도를 던지는 전천후 요원이었다. 그러나 이날 전유수는 자신이 필승조 몫도 수행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지영을 유격수 방면 병살타로 요리하며 절대 위기에서 벗어난 전유수는 김상수를 삼진으로 잡아내고 8회를 완벽하게 정리했다. 이날 승리의 수훈선수였다.

올 시즌 59경기에서 3승6패5홀드 평균자책점 4.71을 기록하고 있는 전유수다. 겉으로 드러나는 성적이 그렇게 빼어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팀 공헌도는 불펜의 어떤 투수 못지않다는 것이 SK 코칭스태프의 찬사다. 현재 SK 불펜을 총괄하고 있는 김경태 SK 투수코치는 “전유수야 말로 숨은 고과 1위”라는 말로 전유수의 높은 공헌도를 대신했다. 실제 전유수는 16일 경기로 올 시즌도 불펜 70이닝(70⅔이닝)을 돌파했다.
지난해 67경기에서 84⅔이닝을 던졌던 전유수는 순수 불펜으로 2년 연속 70이닝을 돌파했다. 보통 불펜에서 이 정도 이닝을 소화한다는 것은 이기는 상황에서의 등판이 잦은 상위권 팀 필승조와 맞먹는다. 상황을 가리지 않고 묵묵하게 팀을 위해 희생하고 있는 것이다. SK 불펜에서는 올해도 이닝 1위가 유력하다. 경기수는 정우람 윤길현(63경기)이 더 많지만 이닝으로 놓고 보면 전유수를 따라잡을 선수가 마땅치 않아 보인다.
올해는 포크볼 등의 위력이 더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전유수는 2이닝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에 연투도 능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투입할 수 있는 전천후 요원이기도 하다. 코칭스태프로서는 한없이 고마운 존재다. 이에 대해 전유수는 항상 “아픈 곳이 없기 때문에 많이 던지는 것은 상관없다. 올라가서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보직에 관계없이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이런 전유수의 가치는 올해 연봉협상에서도 어느 정도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전유수의 올해 연봉은 9500만 원이다. 불펜투수치고 아주 적은 연봉은 아니지만 지난해 이닝소화에 비하면 인상률이 조금은 아쉬웠다는 평가도 있었다. 한 구단 관계자는 당시 “억대 연봉을 맞춰줄 수도 있었겠지만 구단으로서는 내년에 좀 더 분발하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담겨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전유수는 그런 구단의 기대치에 부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마당쇠의 억대 연봉 진입도 목전으로 다가왔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