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손민한, 싱겁게 끝난 10년만의 맞대결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9.17 22: 07

세월무상. MVP 출신 왕년의 에이스들이 10년 만에 선발 맞대결했으나 어느 누구도 웃지 못했다. 두 투수 5회를 채우지 못하고 일찍 내려가며 10년만의 리매치가 싱겁게 끝났다.
1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NC의 시즌 14차전은 당대 최고 우완 투수들의 선발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2004년 MVP·골든글러브 배영수, 2005년 MVP·골든글러브 손민한이 무려 10년 만에 선발 대결을 벌이게 된 것이다. 10년 전이었던 2005년 8월14일 대구 삼성-롯데전 이후 3686일 만이었다.
10년 전 두 투수는 최고의 우완으로 리그를 호령했다. 배영수는 삼성, 손민한의 롯데의 에이스로 군림했다. 10년 전 맞대결에서 두 투수는 투수전의 진수를 보여줬다. 배영수가 6이닝 4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돼 판정승. 하지만 손민한 역시 8이닝 7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1실점 완투패로 역투했다. 경기는 삼성의 1-0 승리로 끝났다.

10년의 길고 긴 세월이 흘러 두 투수는 다른 유니폼을 입고 선발 맞대결했다. 배영수는 지난겨울 FA가 돼 삼성을 떠나 한화로 이적했고, 손민한 역시 롯데에서 방출된 뒤 2013년 NC에 입단했다. 전성기를 지난 두 투수는 더 이상 예전 같은 강속구를 던질 수 없었고, 이날 경기에서 세월무상을 감추지 못했다.
배영수는 2⅔이닝 3피안타(1피홈런) 2볼넷 1사구 1탈삼진 3실점으로 조기강판됐다. 1회에는 최고 146km 직구를 던지며 삼자범퇴로 막았지만 2회 선두 에릭 테임즈에게 우월 솔로포를 맞고 선취점을 빼앗겼다. 3구째 143km 직구가 가운데로 낮게 향했지만 테임즈의 배트를 피할 수 없었다.
3회에도 볼넷 2개로 초래한 2사 1·2루에서 나성범에게 초구 포크볼을 공략 당해 좌중간 빠지는 2타점 2루타를 맞았다. 결국 신인 김범수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일찍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총 투구수는 48개로 스트라이크 23개, 볼 25개. 제구가 뜻대로 되지 않으며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손민한은 1회 공 9개로 가볍게 삼자범퇴한 뒤 2회에도 무사 1·2루 위기에 제이크 폭스의 번트를 병살로 연결하며 실점 없이 막았다. 그러나 3회 허도환에게 볼넷, 정근우에게 우전 안타를 내주며 이어진 2사 1·3루에서 김경언에게 우중월 스리런 홈런을 얻어맞았다. 순식간에 3-3 동점.
NC가 7-3으로 다시 리드를 잡은 4회부터 이재학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내려갔다. 총 투구수는 44개로 많지 않았지만 리드를 되가져온 시점에서 NC 김경문 감독은 투수 교체 타이밍을 빠르게 가져갔다. 예전의 손민한이었다면 믿고 맡겼겠지만 지금의 구위로는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왕년 MVP 에이스들이 10년 만에 만났지만, 더 이상 예전 같은 힘은 없었다. 세월무상을 실감케 했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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