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호(23, 두산 베어스)가 다시 찾아온 연패를 조기에 끊어줬다. 비에 씻겨 내려간 경기의 아쉬움까지 씻기에 충분한 호투였다.
이현호는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7⅔이닝 4피안타 7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봉쇄했다. 일찌감치 터진 타선의 도움까지 받은 이현호는 팀의 13-0 승리 속에 손쉽게 시즌 3승(1패)째를 따냈다. 6연패 뒤 다시 2연패에 빠진 팀을 구한 귀중한 1승이었다.
사실 이번 시즌 들어 가장 길었던 팀의 6연패도 6연패까지 가기 전에 그의 손으로 끊을 수 있었다. 이현호는 지난 11일 잠실 KIA전에서 선발로 나와 3회초 2사 1, 2루 상황까지 2⅔이닝 3피안타 2탈삼진 2볼넷 무실점했지만 우천 노 게임 선언되며 이현호의 승리 기회는 날아갔다. 당시 팀이 6-0으로 앞서 있어 5이닝만 채우면 시즌 3승이 유력한 상황이었으니 불운이 아닐 수 없었다. 이 경기가 정상 진행됐다면 이현호가 5연패를 끊은 영웅이 될 수 있었지만 비가 모든 것을 앗아갔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은 이현호는 곧바로 다음 등판인 이날 경기에서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가 던진 112구는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투구 수였고, 이를 바탕으로 한 경기 최다 이닝과 최다 탈삼진 기록도 모두 새롭게 썼다.
1회초 선두 손아섭 타석에서 3루 방면으로 큰 바운드가 나와 다소 불운한 출발을 했지만, 이현호는 자신 있는 투구로 타자들을 이겨냈다. 이 내야안타 후 이현호는 3회말까지 안타를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이날 내준 4안타 중 내야안타가 3개였을 정도로 이현호는 타자들을 철저히 묶었다.
이날 이현호의 투구에서는 포심 패스트볼에 대한 자신감이 확실히 보였다. 112구를 던진 이현호는 포심 패스트볼을 70차례나 선택했다. 그만큼 빠른 공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147km까지 나온 이 공을 앞세워 물러서지 않는 승부를 펼친 이현호는 2스트라이크 이후 결정구로도 빠른 공을 자주 활용했고, 타자들은 방망이를 연신 헛돌렸다.
전날 경기에서 에이스 유희관을 선발로 내고 불펜 필승조를 모두 가동하고도 연장 12회 접접 끝에 7-9로 패했던 두산은 고민이 컸다. 하지만 이날은 이현호가 홀로 경기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타선이 초반부터 활발한 공격력을 뽐내 불펜 소모도 적었다. 아쉬움을 털고 일어난 이현호가 확실한 연패 스토퍼가 됐다. /nick@osen.co.kr
잠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