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KBO 리그 전체 타율은 2할7푼9리다. 그런데 올 시즌 초구 타격시 리그 타율은 3할6푼1리, 홈런도 무려 222개나 나왔다. OPS도 0.938이나 나왔다. 초구를 타격하는 게 안타를 만들기에 효과적인 공격법인 건 결코 부인할 수 없다. 기록이 말해주기 때문이다.
선수들도 초구 공략의 유혹을 이겨내기 힘들다. 올해 가장 많은 초구 인플레이 타격을 한 선수는 나성범(NC)으로 모두 104타석에서 초구 공략을 했다. 전체 559타석 가운데 18.6%나 된다. 성적도 좋다. 초구 타율 3할7푼4리에 홈런도 5개나 된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가운데 초구타율이 가장 높은 선수는 에릭 테임즈(NC)다. 테임즈는 초구를 60타석에서 공략, 타율 5할9푼6리를 기록 중이다. 전체 타석의 11.2%로 높은 비율은 아니지만, 초구 홈런은 9개로 시즌 41홈런의 22%나 된다. 이 정도면 초구를 공략하는 게 이해가 간다.

그런데 간혹 팬들은 타자의 초구공략에 뒷목을 잡는다. 이는 코칭스태프도 다르지 않다. 분명 초구를 치는 게 확률상 좋은 결과를 보장하는데 왜 그럴까. 상황에 따라서는 상대 투수로 하여금 최대한 많은 공을 던지게 하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제구력이 좋은 에이스 투수가 나오는 경우에는 초구공략이 불필요할 때가 있다. 최근 리그에서 가장 압도적인 이닝소화력을 보여주는 투수는 에스밀 로저스(한화)다. 로저스는 KBO 리그에 데뷔한 뒤 7경기에서 3번 완투를 했고 총 56⅔이닝을 소화했다. 평균 8이닝이 넘는다. 물론 이제 7경기밖에 안 했지만, 현대야구에서 보기 드문 이닝소화 능력이다.
각 팀에서 로저스를 공략하기 위한 해법으로 들고나온 게 바로 '최대한 많은 공 보게 하기'다. 적극적으로 공략을 하는 것보다, 투구수를 늘려서 일찍 마운드에서 끌어내리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로저스의 초구 피안타율은 무려 4할3푼5리나 된다. 실제로 로저스와 가장 최근에 상대한 롯데 자이언츠 타자들 가운데 초구를 친 건 7회말 박종윤이 처음이었다. 다만 로저스는 상식을 뛰어넘는 투구수로 9회까지 마운드에 올라 결과적으로는 공을 많이 던지게 하는 것도 답은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다.
한 구단 타격코치는 "경기에 따라 무조건 초구는 웨이트 사인을 내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간혹 무턱대고 초구를 치는 타자들이 있는데, 벌금을 매기기도 한다. 초구를 치면 안타가 될 가능성이 높은 건 누구나 아는데, 팀 플레이가 필요할 때 개인욕심을 내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해진 답은 없지만, 때로는 초구를 참는 게 팀에 도움이 될 때가 있다. 그리고 어떤 타자들은 '안타'에 대한 욕망 때문에 초구를 참기 힘들다. 영원한 딜레마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