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된 피그말리온 효과다. 어머니의 애타는 간절함에 하늘도 감동했다. 한국 복싱의 희망 신종훈(26, 인천시청)과 그의 어머니 엄미자(48) 씨의 간절한 꿈이 이루어졌다. 잠시 글러브를 내려놔야 했던 신종훈이 다시 링에 오른다. 국제복싱협회의 징계로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던 그에게 전국체육대회(이하 전국체전) 출전의 기회가 열린 것이다. 신종훈이 대한복싱협회와 대한체육회를 상대로 낸 전국체전 출전을 불허하거나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이 지난 15일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졌다.
신종훈 본인 만큼 기쁜 이는 그의 어머니 엄미자 씨다. 지난 17일 저녁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엄 씨의 목소리엔 감동의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모든 분들이 응원해 주셔서 잘됐다. 15일 저녁 종훈이에게 전화가 왔다. 눈물 밖에 안 나왔다. 너무 놀라고 흥분해서 '아들아, 고생 많이 했다'는 말 밖에 못해줬다. 꿈인지 생시인지 아무 생각이 안났다. 아직까지 얼떨떨하다."

엄 씨는 지난해 겨울 세 찬 바람을 안고 아들의 구명에 발벗고 나섰다. 청와대와 복싱 행사장을 오가며 1인 피켓 시위를 했다. 칼바람이 몰아친 12월 '한국 복싱 100년 기념행사'서 만난 엄 씨는 "종훈이가 링에 꼭 다시 오르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꿈이 이루어졌다. 아들이 링에 오르는 모습을 상상한 엄 씨는 "실감이 안날 것 같다"며 "옛 생각이 난다. 추운 날의 시위와 마음 아파 울었던 생각이 난다. 상처를 많이 받았다.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일주일 동안 병원에 입원도 했다. 지금은 건강이 좋아졌다"고 미소를 지었다.
내달 전국체전 이후 인천시청과 계약이 만료되는 신종훈은 향후 성적에 따라 재계약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엄 씨는 "생계를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였다"며 "모든 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종훈이의 소원대로 링에 올라가서 운동할 수 있게 됐다.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고 거듭 고마워했다.
신종훈은 넉넉치 못한 형편 속에 운동을 해왔다. 한국 최고의 복싱 선수로 성장하며 부와 명예를 얻었다. 신종훈 덕에 가족들도 한층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 엄 씨는 "우리 아들이 자랑스럽고 고맙다. 아들이 최고다. 종훈이가 여러모로 도와줘서 편안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흐뭇해했다.
이제 남은 것은 신종훈의 땀방울이다. 엄 씨는 "종훈이에게 달렸다. 잘할 것이다. 꿈이 많은 아이다. 종훈이는 항상 '난 어릴 때부터 복싱의 길을 걸었기 때문에 대한민국 복싱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 복싱은 내 인생의 전부다. 힘들어도 절대로 복싱은 포기 못한다'고 말해왔다. 그런 인내심과 끈기 덕분에 이렇게 해올 수 있었다"고 기특해했다.

엄 씨는 "본인이 정말 어렵고 힘들면 포기할 만도 한데 그런 마음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에게 열심히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그 다짐이 정말 대견하고 고마웠다. 정말 꿈만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제 일인 양 기뻐했다.
신종훈과 엄 씨의 간절한 꿈이 현실이 됐다./dolyng@osen.co.kr
엄 씨가 지난해 12월 1인 피켓 시위를 하는 모습(위) / 신종훈이 지난해 10월 인천아시안게임서 금메달을 딴 직후 기뻐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