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번째 투수' 이현호의 대반전, 유일한 1군 붙박이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9.18 10: 00

이현호(23)는 올해 두산 베어스가 마운드에서 발굴한 히트상품 중 하나다. 불펜에서 시즌을 시작해 선발로 이동한 이현호는 45경기에서 3승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4.23으로 준수하다. 
지난 시즌 후 미야자키 마무리훈련에서 김태형 감독의 호평을 받기는 했지만 상무에 몸담았던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12경기 출전에 그쳤던 이현호가 제대 후 첫 시즌인 올해 얼마나 1군에서 던져줄 수 있을지는 불확실했다. 하지만 마무리훈련을 시작으로 스프링캠프, 시범경기까지 꾸준히 1군에 버틴 결과 개막 엔트리 진입에까지 성공했다.
두산의 개막 엔트리에는 투수가 11명 있었다. 이현호는 "더스틴 니퍼트가 아파서 운 좋게 개막 엔트리에 들어갔다"고 말한 적이 있다. 개막을 앞두고 니퍼트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다 골반 통증을 느껴 합류가 늦어졌다. 이현호는 스스로를 팀 내 '12번째 투수'로 낮췄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개막 엔트리에 있던 11명 중 한 번도 퓨처스리그에 내려가지 않았던 투수는 이현호가 유일하다.

스스로 목표라고 밝혔던 데뷔 첫 선발승은 유희관의 대체선발로 나왔던 지난달 17일 인천 SK전(6이닝 1피안타 3탈삼진 1볼넷 무실점)에서 이뤘다. 그리고 포스트시즌 엔트리 진입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이후 한 번 불펜에서 던진 뒤로는 선발 로테이션에 고정되고 있다. 지난 17일 잠실 롯데전에선 7⅔이닝 4피안타 7탈삼진 1볼넷 무실점 호투해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투구 수(112개), 최다 이닝, 최다 탈삼진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며 3승째를 수확했다.
사실 이 경기 이전까지는 페이스가 좋지만은 않았다. 5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2이닝 3피안타 1탈삼진 2볼넷 3실점해 패전을 기록했다. 이 경기를 시작으로 두산은 시즌 최다인 6연패 늪에 빠지기도 했다. 그 사이 11일 잠실 KIA전에도 선발 등판해 2⅔이닝 동안 실점하지 않았지만 팀이 6-0으로 앞서던 3회초 2사 1, 2루에 우천 노 게임이 되며 팀 연패 탈출과 자신의 3승을 다음으로 미뤄야만 했다.
결국 6일 뒤인 17일 잠실 롯데전에서 3승에 성공했다. 이현호는 "후반기에 선발로 나섰던 첫 경기에서 결과가 좋았는데 그 뒤로는 그러지 못했다. 팀에 미안한 마음도 있었는데 잘 던져서 기쁘고 행복하다. 오늘 더 잘 하려고 그때 비가 왔었나보다"라며 활짝 웃었다. 이어 "시즌 최다 연패의 시작이 나였기 때문에 신경이 쓰였고, 부담감도 있었다. 어제 불펜 필승조가 다 나왔기 때문에 오늘은 내가 길게 가야만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는 말로 책임감도 나타냈다.
김태형 감독과 한용덕 투수코치는 이현호가 자신감을 잃지 않고 좋은 공을 던지게 하기 위한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페이스가 안 좋을 때 감독님께서 피하지 말고 내가 가진 무기를 보여주라고 하셨다"는 것이 이현호의 설명. 한 코치는 빠른 볼을 던질 때와 변화구를 던질 때 나타나는 팔 스윙 차이를 지적하며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큰 틀을 바꾼 것은 아니고 하나씩 바꿔 나가고 있다. 연습도 많이 한다"라고 말했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어가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도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팀이 개막전부터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투수를 가을에 외면할 리는 없다. 특히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활약한 이현호는 전술적 활용 가치도 높다. 한 코치는 "다른 팀에 비해 우리는 투수를 무리시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가을에는 아낌없이 쏟아부을 것이다"라며 포스트시즌에 투수력을 총동원하겠다고 예고했다. 이현호는 두산의 가을 히든카드이기도 하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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