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올해는 위에서 많이 도와주시네".
NC 김경문 감독이 17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하늘을 바라보며 한마디 했다. NC는 지난 16일 마산 kt전에서 0-1로 뒤진 1회말이 끝난 후 쏟아진 비로 인해 우천 노게임 처리됐다. 이에 앞서 지난 7월5일 대전 한화전도 0-6으로 뒤진 3회 우천 노게임이 선언돼 한숨 돌린 바 있다. 어려울 때마다 적절히 온 비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지난 번(7월 한화전)에도 우리가 완전히 꺾여있을 때 하늘이 한 번 도와주셨고, 어제(16일)도 도움을 받았다. 1-0 스코어는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경기이지만 kt가 굉장히 단단한 느낌이었다. 쉽지 않은 경기가 됐을 텐데 노게임이 되는 운이 따라줬다"고 말했다. 실제로 크리스 옥스프링의 컨디션이 워낙 좋아 경기가 계속 됐다면 쉽지 않은 승부가 됐을 것이다.

무엇보다 kt전에서 선발로 나와 1이닝 22개의 공을 던진 이재학을 아낄 수 있는 게 뜻밖의 소득. 그리고 17일 대전 한화전에서 이재학은 깜짝 구원 카드로 투입돼 승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김경문 감독은 7-3으로 다시 리드를 잡은 4회 선발 손민한 대신 이재학을 기용했고, 그는 3이닝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막고 흐름을 NC 쪽에 가져왔다.
이재학은 3이닝 동안 38개의 공만 던지고 내려갔다. 더 던질 수 있었지만 크게 무리하지 않았다. 이재학은 "오늘 대전으로 오면서 구원등판 이야기가 나왔다. 어제 선발로 공을 얼마 안 던졌기 때문에 힘든 건 전혀 없었다"며 "충분히 더 던질 수 있었지만 감독·코치님께서 그만 던지라고 하셔서 내려왔다"고 말했다.
김경문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투수 운용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투수들은 던지기 전에 다 괜찮다고 한다. 하지만 감독이 선수의 말을 다 믿으면 안 된다. 내가 (투수교체 때) 마운드에 안 나가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며 "투수는 어떻게든 던지고 싶어 한다. 그럴수록 감독은 냉철해야 하는데 마운드에서 선수를 보면 흔들리게 되어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투수가 잘 던지더라도 냉정하게 빼야 하는 게 감독의 역할이다. 노히트노런도 1승이고, 6회만 던져도 같은 1승이다. 아프지 않고 다음 경기에 던질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감독이 아니면 그 심정을 모른다. 투수들은 무리하면 그 후유증이 분명히 있게 마련이다"고 투수 운용의 철학을 말했다. 이날도 무리하지 않고 순리대로 마운드를 운용한 결과 경기 후반에는 조금 어렵게 흘러갔지만 이재학을 아끼고, 5연승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5연승을 질주한 2위 NC는 3위 넥센과 격차를 5경기로 벌리며 1위 삼성에는 2경기로 따라붙었다. 잔여 14경기이지만 역전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순위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오늘 내일 1경기에 집중한다"며 "우리는 큰 욕심없다. 지금의 위치부터 먼저 확실하게 해놓고 다음에 생각해 보겠다. 연승에는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욕심 부리지 않고 철저하게 순리대로 흘러가는 야구, NC가 꾸준하게 순항할 수 있는 이유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