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BO 리그 최대 흥행작은 '와일드카드 진출전 티켓' 신설이다. 4~5위 격차가 일찌감치 벌어져 자칫 맥이 빠질 뻔했지만, 5위까지 가을야구가 가능해지며 롯데, KIA, SK, 한화가 여전히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5위 한화부터 8위 한화까지, OSEN 담당기자들이 5강 진출 가능성을 샅샅이 분석했다.
8년만의 가을야구, 이대로라면 어렵다.
전반기까지만 하더라도 한화가 이렇게 추락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이 있었을까. 전반기 44승40패 승률 5할2푼4리로 5위에 오르며 선두 삼성에 5.5경기차에 불과했던 한화를 두고 여러 전문가들이 기대반 우려반의 시선을 보냈다. 강팀으로 가는 반열이라는 긍정론이 있었지만, 불펜 필승조 투수 혹사로 후반기 추락할 것이라는 부정론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후자가 들어맞았다. 후반기 18승31패 승률 3할6푼7리로 곤두박질쳤다. 남은 11경기에서 반전을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 한화, 이래서 가을야구 한다
확실한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를 보유하고 있는 건 한화의 가장 큰 희망이다. 평균 8이닝을 던지는 로저스가 나오면 당일의 경기는 물론 다음 경기에도 불펜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크다. 남은 11경기에서 일정상 로저스가 최대 4경기 정도는 나설 수 있다. 로저스는 "팀을 위해서라면 구원등판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기는 경기에서 깜작 구원으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희생정신을 갖춘 에이스의 존재는 큰 힘이다.
타선 쪽에서도 강점이 있다. 4번타자 김태균의 슬럼프가 생각보다 오래 가고 있지만, 평균에 수렴하는 야구의 속성상 이제는 살아날 때가 됐다. 1~2번 테이블세터 이용규와 정근우가 여전히 건재하며 3~5번을 오가는 김경언의 날카로운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1번부터 4번까지 상위타선 힘은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다. 김태균만 살아나면 언제든 다득점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무엇보다 한화는 경기 일정이 유리하다. 다음주에는 23일 마산 NC전과 25~26일 대전 넥센전 3경기밖에 잡혀있지 않다. 이어 29~30일 대전 삼성전 이후에는 10월1~3일 넥센-LG-kt로 수도권 팀들과 원정이 예정돼 있는데 경기 일정이 띄엄띄엄 있고, 이동거리가 길지 않다는 점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한화처럼 투수를 아낌없이 쓰는 팀이라면 경기 일정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 한화, 이래서는 위험하다
로저스를 제외하면 확실한 선발투수가 없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미치 탈보트가 허리 통증을 호소하고 있고, 안영명·송창식·김민우는 팀 상황에 따라 선발과 구원을 오가는 처지. 길게 던질 수 있는 투수가 로저스밖에 없는 상황에서 마구잡이로 나오는 나머지 투수들이 얼마나 버텨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미 불펜은 지칠 대로 지쳤다. 불펜 필승조 중 꾸준하게 나올 수 있는 투수는 권혁밖에 남지 않았다. 박정진과 윤규진은 남은 시즌 등판이 어렵다.
야수 쪽에서도 한화의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 1~4번 상위타선을 제외한 5번 이후로는 너무 약하다. 6~9번 타순 타율은 2할2푼7리로 부동의 꼴찌. 상대팀에서는 한화 상위타선과 승부를 피하며 루상에 주자를 채우는 작전을 쓴다. 하위타선이 두렵지 않기 때문이다. 수비에 있어서도 집중력이 크게 흐트러지며 결정적인 실책이 쏟아진다. 포수들의 도루저지율(.274)도 리그 최저라 발 빠른 팀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결정적으로 남은 11경기에서 2.5경기차를 뒤집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게 걸림돌이다. 산술적으로는 희망이 남아있지만 결국 희망고문이 될 가능성이 크다. 5위 경쟁팀 롯데·KIA·SK와 16차례 맞대결 일정이 모두 끝났다. 자력으로 5강으로 올라갈 기회는 사라졌다. 이대로 포기하기에는 지금까지 유별스럽게 고생한 게 너무 아깝지만 전체적인 팀 분위기가 너무 가라앉았다.
▲ 키플레이어는 김성근 감독
한화 김성근 감독은 야구는 선수가 아닌 감독이 한다고 믿는 지도자다. 그래서 한화의 키플레이어는 선수가 아니라 김성근 감독이다. 한화는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훈련으로 피로도가 깊게 쌓였다. 전반기에는 이기는 맛으로 버티고 또 버텨왔지만 후반기 추락과 함께 선수단 전체에 동기부여가 크게 떨어져 있다. 수장 김성근 감독은 더 이상 돌아올 추가 전력이 없자 '정신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시즌 내내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려온 선수들에게 너무나 가혹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미 부상과 피로 누적으로 주요 선수들이 하나둘씩 전열에서 떨어져 나간 상태. 마지막 11경기에 남아있는 모든 전력을 쥐어 짜내야 한다. 그런데 앞만 보고 전속력으로 달려온 한화의 상황은 마치 마른 수건을 짜내는 것과 다름없다. 게다가 야구 전문가들은 "김성근 감독의 투수 교체와 작전 판단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김성근 감독은 SK 시절이었던 2009년 시즌 마지막 19연승을 기억하고 있지만, 지칠 대로 지친 지금 한화는 SK 왕조가 아니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