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는 책임감이 정말 큰 포지션인 것 같다”.
우완 투수 김재윤(25)은 올 시즌 kt 위즈가 발견한 ‘보물’ 중 하나다. 올해 1월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했지만 가파른 성장세를 타며 150km 이상의 강속구를 던졌다. 퓨처스리그에서 11경기를 뛰면서 평균자책점 1.62(16⅔이닝 3자책점)을 기록했고, 탈삼진은 무려 26개를 잡아냈다. 지난 5월 17일 처음 1군에 등록됐으며 그 이후로 한 번도 1군 엔트리서 빠지지 않았다.
시즌 초 극심한 성직 부진에 시달렸던 kt는 중반부터 힘을 냈다. 3번의 트레이드 타선이 강화됐다. 또한 홍성용-김재윤-조무근-장시환의 필승조는 여느 팀 부럽지 않은 막강한 불펜 라인이 됐다. 이제 막 투수로 전향한 김재윤에게 1군 풀타임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6월 9경기서 4홀드 평균자책점 1.50으로 활약하더니 7월에는 6.35, 8월 8.31의 평균자책점으로 다소 주춤했다.

김재윤은 “연투를 많이 하다 보니 팔에 스트레스가 쌓였던 것 같다. 안 해보던 걸 해보니 시즌 중반이 넘어가면서 피로가 쉽게 왔다. 사실 처음에는 경험이 없다보니 던지는 것에만 포커스를 맞췄던 것 같다”라고 되돌아봤다. 초반의 큰 관심이 부담이 되기도 했다. 김재융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그 때부터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무리했던 것 같다. 잘 하려고 무조건 투구 연습을 많이 했다”라며 웃었다.
조범현 kt 감독도 크게 무리시키지 않았다. 8월 말 김재윤의 몸이 무거워지자 휴식을 줬다. 엔트리 제외는 아니었지만 잠시 공을 내려놨다. 김재윤은 “감독님, 코치님, 그리고 트레이너 파트에서 몸이 안 좋으니 잠시 쉬자고 하셨다. 그래서 4~5일 정도 캐치볼도 안 하고 아예 공을 안 던졌다. 쉬고 나니 많이 좋아졌다. 그 때 많이 회복됐다”면서 “확실히 휴식도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라고 말했다.
김재윤은 실제로 8월 23일 수원 두산전 이후 6일 간 등판하지 않았다. 이후 지난달 29일 수원 SK전부터 17일 광주 KIA전까지 무실점 행진이다. 다시 강속구를 뿌리며 삼진을 쏠쏠하게 잡아내고 있다. 투수로 보내는 첫 시즌이기에 배운 점도 많다. 김재윤은 “투수라는 포지션은 책임감이 정말 큰 것 같다. 실투를 하면 팀에 바로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또 투수가 공을 던지는 것에서부터 야구가 시작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재윤은 1군 타자들에 대해 “쉽지 않다. 될 듯 하면서도 안 되고 어렵다. 잘 치시는 대선배님들도 정말 많으시다. 발전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김재윤이 가장 어려워하는 타자는 ‘국민 타자’ 이승엽. 그는 “이승엽 선배님이 상대하기 가장 어렵다. 던질 곳이 없는 느낌이다. 어디로 던져도 다 칠 것 같다. 그리고 타석에서 느껴지는 포스가 장난 아니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김재윤은 지금까지 37경기에 등판해 1승 2패 6홀드 평균자책점 4.02를 기록하고 있다. 17일 광주 KIA전에선 팀이 3-1로 앞선 7회말 1사 2,3루의 위기에서 올라 삼진 2개를 잡아내며 실점하지 않았다. 이후 1이닝을 더 책임지며 1⅔이닝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평균자책점도 끌어내렸다. 김재윤은 “원래 성적 생각은 안 했다. 그런데 지금 평균자책점이 4점대 초반이다. 그걸 3점대로 마무리 하고 싶다”며 소박한 목표를 내세웠다.
그러면서도 김재윤은 스스로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는 “아직은 배울 게 많다. 보직이나 성적에 대해 논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감독님이 써주시는 위치에서 항상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김재윤이 올 시즌 남은 경기를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krsumi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