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바로, MLB에도 없었던 2루수 44홈런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9.18 12: 58

야마이코 나바로(28, 삼성)가 KBO 리그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벌써 44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KBO 리그 2루수 역사상 최고 기록일 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없었던 기록이다. 나바로의 괴력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나바로는 17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1회 SK 선발 윤희상을 상대로 장쾌한 중월 3점 홈런을 쳐내며 시즌 44번째 홈런을 기록했다. 이 홈런은 2연패에 빠져 있었던 삼성을 수렁에서 구해내는 결승 홈런이 됐다. 11일 사직 롯데전에서 3개의 홈런을 쳐내며 괴력을 과시했던 나바로는 12일과 13일에도 홈런을 쳐낸 데 이어 17일 홈런포를 재가동했다. 최근 6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때려내며 6홈런, 13타점의 괴력이다.
이런 나바로는 이미 KBO 리그 역사를 계속 경신해가고 있다. 바로 2루수 최다 홈런이다. 이 기록은 1999년 홍현우(당시 해태, 34개)가 가지고 있었으나 나바로가 일찌감치 넘어섰다. 리그 전체를 놓고 봐도 경쟁력이 있는 수치다. 현재 나바로는 박병호(넥센, 48개)에 이어 홈런 부문 리그 2위를 달리고 있으며 타점에서도 박병호(135개)에 이은 리그 2위다. 최고 외국인 선수로 뽑히는 에릭 테임즈(NC, 42홈런-124타점)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다.

보통 2루수나 유격수에서 장거리포를 찾기는 쉽지 않다. 아무래도 전통적인 두 포지션의 선수상은 수비가 좋고, 기민하며, 빠르고, 작전 수행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간혹 장거리 타자가 나오기는 하지만 극히 예외적이다. 1루와 3루에 비하면 그 분포도 확실히 적다. 이런 경향은 한국뿐만 아니라 MLB도 마찬가지다. ‘장타자 2루수 혹은 유격수’를 찾기는 쉽지 않다. 강정호(피츠버그)의 장타력이 각광받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올 시즌 2루수로 분류된 선수 중 가장 많은 홈런을 때리고 있는 선수는 브라이언 도지어(미네소타)로 27홈런이다. 나머지는 20홈런 이상을 때린 선수가 하나도 없다. 지난해에도 도지어와 닐 워커(피츠버그)가 23홈런으로 20홈런 이상의 두 주인공이었다. 리그 최고의 장타 2루수였던 로빈슨 카노(시애틀)가 이적 이후 시들한 상황에서 매년 20홈런 이상을 보장할 수 있는 2루수는 리그에서도 손에 꼽힐 만하다는 의미다.
역사적으로 통틀어 봐도 나바로의 이런 홈런 페이스는 주목할 만하다. MLB 역사상 단일시즌 40홈런 이상을 때려낸 2루수는 딱 3명뿐이다. 1973년 데이비 존슨(당시 애틀랜타)이 43홈런과 99타점을 기록했다. 그런데 존슨은 20홈런 이상 시즌이 1973년 딱 한 번뿐이었다. 1922년 로저스 혼스비(세인트루이스, 42홈런)는 2차 대전 이전 세대이고 가장 근래 세대의 공격형 내야수였던 라인 샌버그도 1990년 딱 한 번의 40홈런 시즌(40개)을 기록했다.
물론 MLB와 KBO 리그의 수준 차이는 고려해야겠지만 이런 나바로의 페이스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려주는 기록으로는 충분하다. 중앙 내야수의 고정관념을 제대로 부수고 있는 것이다. MLB에도 없는 2루수 44홈런을 친 나바로가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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