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 말 잡은 5번 말, 박종훈 SK를 구했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9.18 21: 33

중국 전국시대 제나라 병법가 손빈은 '손자병법'을 저술한 손무의 후손이다. 선배의 시기를 사 음모에 빠져 무릎 슬개골을 잘라내는 형벌을 받아 앉은뱅이가 됐는데, 제나라 장군 전기의 신임을 사 재기에 성공한다.
전기의 신임을 사게 된 계기는 다음과 같다. 전기는 전차 3대가 차례로 겨루는 전차경주를 즐겼는데, 손빈은 '가장 뛰어난 우리 1번 전차를 상대 2번 전차에, 2번 전차를 상대 3번 전차에, 그리고 가장 떨어지는 우리 3번 전차를 상대 1번 전차에 붙여라'고 조언했다. 마지막 경기야 내줄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2번 이길 수 있으니 말이다.
야구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작전이다. 상대 1선발에 우리 5선발을 붙이는 식이다. 그런데 야구가 다른 점이 있다면, 의외로 5선발이 상대 에이스를 잡는 경기가 적지 않다. SK 와이번스에서는 박종훈이 그렇다. 올해 박종훈은 선발진에서 기복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다. 그래서 고정선발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롯데전에는 강한데, 18일 사직 롯데전을 갖기 전까지 4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1.59를 기록 중이었다.

그리고 그 1승은 상대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을 상대로 얻어낸 것이었다. 5월 6일 사직 롯데전에서 박종훈은 5⅔이닝 1실점으로 호투를 펼치면서 시즌 첫 승리를 따냈었다.
롯데를 상대로는 에이스를 만나도 두렵지 않은 '5번 말', 박종훈은 18일 경기 역시 자신감을 갖고 던졌다. 7이닝을 3피안타 4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막았다. 투구수는 98개였다. 1회 선두타자 손아섭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상대 작전미스로 실점없이 넘겼다. 이후 첫 피안타가 7회였을 정도로 박종훈은 압도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비록 7회말 1점을 내줬지만, 롯데 타선은 박종훈을 상대로 힘도 제대로 못 써봤다.
이날 경기가 SK에 중요했던 이유는 롯데와 갖는 시즌 마지막 경기였기 때문이다. SK는 이날 경기에서 이기면 5위 롯데에 1게임 차로 따라붙어 계속 경쟁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만약 진다면 3게임 차로 벌어져 가을야구로부터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SK 타선 역시 린드블럼을 상대로 고전했지만 정상호가 연타석 홈런을 날리면서 승리에 필요한 최소점수 3점을 얻었고, 박종훈은 에이스와 선발 맞대결을 벌인 끝에 당당하게 시즌 5승 째를 수확했다. /cleanupp@osen.co.kr
[사진] 부산=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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