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 매든 감독, 강정호 발언 구설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9.19 05: 57

강정호(28, 피츠버그)가 불의의 부상으로 시즌을 접은 가운데 반대편 덕아웃에서 이를 지켜본 조 매든(61) 시카고 컵스 감독의 발언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가해자인 크리스 코글란(30)을 옹호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법하지만 강정호에 대한 상황을 정확히 파악조차 못한 것으로 보여 파장이 길어지고 있다.
강정호는 18일(이하 한국시간) 미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의 PNC파크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 선발 4번 유격수로 출전했으나 1회 수비 도중 큰 부상을 당했다. 1사 상황에서 리조의 2루수 땅볼 때 병살 플레이를 연결시키는 과정에서 1루 주자 코글란의 거친 태클에 왼 무릎을 다쳤다. 검진 결과 무릎 반월판은 물론 정강이뼈까지 부러지는 중상으로 18일 곧바로 수술대에 올랐다.
피츠버그 구단은 “강정호가 6~8개월 정도 경기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무릎 부상의 경우는 회복에만 6개월 정도가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기에 뛸 만한 몸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어쨌든 메이저리그(MLB) 진출 첫 시즌 엄청난 활약을 했던 강정호는 이번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했으며 자칫 잘못하면 내년 개막전 출전도 어려울 수 있다.

강정호는 경기 후 에이전트인 앨런 네로를 통해 “주의해야 할 상황에서 심각한 부상이 나온 것은 불운한 일이다. 코글란은 해야 할 플레이를 했으며 나를 해치려는 의도는 없었을 것이다”라며 상대보다는 불운을 탓하는 ‘대인배 성명’을 내놨다. 그러나 정작 가해자 쪽의 발언은 뒷맛이 개운치 않다. 한국 팬들은 물론 미국 현지 팬들도 이 발언에 대해 불쾌해 하는 기색이 역력할 정도다.
매든 감독은 경기 후 피츠버그 지역 라디오인 KDNA와의 인터뷰에서 강정호의 부상 상황에 대해 “코글란의 플레이는 지난 100년간 야구에서 해왔던 플레이다”라면서 코글란을 적극 옹호했다. “아무런 문제점이 없다”라고 재차 강조한 매든은 “(부상 부위가) 무릎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발바닥 근막염이었다고 들었다”(I don't think it's his knee, he has plantar fasciitis is what I heard)고 이야기했다.
강정호는 발바닥 근막염(족저근막염)으로 고생한 적은 없다. 물론 족저근막염과 정강이 골절의 단어 자체가 약간 비슷하기는 해 급박한 상황이나 시끄러운 상황에서 잘못 들었을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경기 중 강정호가 무릎을 쥐고 쓰러졌기 때문에 매든 감독이 착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강정호가 무릎을 다쳤다”라는 수많은 언론보도가 나간 직후이기도 했다.
때문에 현지 언론에서는 매든 감독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했거나 심지어 조롱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족저근막염을 가지고 있는 강정호가 코글란을 피해 미처 뛰어 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착각이든 조롱이든, 어쨌든 부상을 당한 선수에 대해 말실수를 했다는 비판이 주를 이루고 있다. 피츠버그 경기 분석 패널인 댄 장그릴리는 “피츠버그 관계자는 매든 감독의 발언에 대해 기분 나빠 했다”라며 구단 분위기도 설명했다.
경기 후 강정호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 미안함을 표시한 코글란은 “규칙 내에서 경기를 했다. 아쉬운 점은 그가 나를 피해 뛰어 넘을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다. 충돌이 좋지 않게 보이는 것은 그는 부상을 당했지만 나는 멀쩡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글란은 2009년 당시에도 비슷한 상황에서 거친 태클로 이와무라 아키노리(당시 탬파베이)의 무릎을 다치게 한 장본인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매든 감독은 당시 탬파베이 감독이었다.
당시 매든 감독은 “불운한 일이지만 경기 중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원론적인 반응을 내놨다. 특유의 농담으로 때로는 팬들에게 위트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 매든 감독이 강정호에게는 ‘불운한 일’이라는 원론적인 위로조차 해줄 수는 없었던 것일까. 매든 감독의 발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가운데 피츠버그와 시카고 컵스 사이에 어떠한 전운이 형성될 것인지도 관심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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