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28, 피츠버그)의 부상 장면을 놓고 미국에서도 갑론을박이 일어나고 있다. “규칙상으로는 정당한 플레이였다”라는 의견과 “지저분한 플레이였다”라는 의견이 정면충돌 중이다.
그렇다면 한국과 미국 야구를 모두 경험했고 강정호의 전 동료이기도 했던 C.J 니코스키(42)의 생각은 어떨까. 니코스키의 결론은 “강정호는 불운했으나, 플레이는 정당했다”라는 것이다. 이는 강정호의 부상 장면, 더 나아가 2루에서의 주자와 수비수의 충돌을 바라보는 전체적인 미 현장과 언론인들의 시각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강정호는 18일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1회 수비 도중 1루 주자 크리스 코글란의 거친 태클에 왼 무릎을 다쳐 시즌을 접었다.
FOX스포츠의 패널로 활동하고 있는 니코스키는 18일(이하 한국시간) 이번 사태에 대한 기고문을 통해 “18일 강정호의 시즌 아웃 부상을 놓고 소셜 미디어에서는 분노가 분출되고 있다. ‘플레이가 지저분했다’라는 의견이다”라면서도 “강정호에게는 불운한 일이었지만, 플레이 자체는 정당(clean)했다”라는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니코스키는 “중앙 내야수(유격수·2루수)를 2루 베이스에서 떨어뜨려 놓으려는 시도는 지금까지도 항상 있었고 앞으로도 항상 그럴 것이다. 중앙 수비수들은 이런 충돌을 가장 잘 피하는 방법을 훈련받는다”라면서 “하지만 아시아에서의 경기는 다르다. 그들은 홈에서 충돌하지 않으며 떼어놓기 위한 슬라이딩도 하지 않는다. 이것은 내가 일본과 한국에서 네 시즌 동안 뛰며 가장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매우 드물게 그런 일이 벌어지면 항상 외국인이 상황에 포함되어 있었다”라고 동·서양 야구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그러나 니코스키는 “여기는 아시아가 아니며, 몇몇 충돌을 포함하는 야구가 벌어지는 곳이다. 두 명의 일본인 선수(이와쿠마 아키노리, 니시오카 쓰요시)는 2루에서 주자를 피하지 못하는 와중에 부상을 입었다”라면서 “강정호도 이를 알고 있었다. 그도 한국식 방식을 버리고 MLB 선수로서의 슬라이딩을 했다”라며 하나의 관련 영상을 첨부했다.
이 영상에는 지난 미네소타전 당시 병살 플레이를 막기 위해 대니 산타나에게 돌진하는 강정호의 장면이 담겨져 있었다. 강정호는 2루 베이스 한참 옆에 서 있던 산타나를 향해 슬라이딩을 했으며 산타나는 스파이크를 향해 들어오는 강정호의 발을 점프해 피해냈다. 강정호의 몸 범위에 2루는 아예 없어 규칙상 수비 방해가 선언될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코글란의 경우가 오히려 몸은 2루에 더 붙어 있었다. 그러나 태클이 거칠었고 발이 높았다는 게 문제였다. 대개 무릎 아래로 슬라이딩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코글란의 발은 이보다 더 높았다.
그럼에도 니코스키는 이 영상을 설명하면서 “당신은 이 강정호의 플레이가 지저분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강정호는 슬라이딩부터가 2루를 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도 이에 대해 큰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강정호도 이를 경기의 일부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단지 산타나는 강정호를 피해 두 발이 모두 지면에서 떠 있었으며, 강정호는 그렇지 못했다는 차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강정호가 MLB식의 슬라이딩을 피하지 못했다는 시각이 드러난다.
니코스키는 “코글란은 강정호와의 충돌에 대해 놀랐을 수는 있다. 하지만 코글란의 플레이는 정당했다. 그는 여전히 2루 베이스의 범위 내에 있었다. 이는 불운한 일 중 하나였으며 강정호도 사고 후 이를 인정했다”라면서 “이런 플레이는 지저분했으며 규정의 변경을 요구하는 소리는 무시하자. 단지 경기의 일부일 뿐이다”라고 일축했다. 강정호의 부상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문제가 없었다는 논지다.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감독을 비롯한 피츠버그 동료들의 생각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이런 니코스키의 생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MLB에서는 그런 식으로 한다. 강정호는 불운했다”라는 식이다. 클린트 허들 감독은 “거친 슬라이딩이었지만 코글란의 슬라이딩은 베이스를 향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조 매든 시카고 컵스 감독은 한술을 더 떠 “100년 동안 그렇게 한 것”이라며 플레이 자체에 문제가 없다는 시각을 뚜렷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전체적인 미 언론의 분위기도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경기를 중계한 피츠버그 지역 방송은 “거칠긴 했지만 적법한 슬라이딩었다”고 평가했다. MLB.com의 패널이자 전설적인 투수 출신인 존 스몰츠는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의 불운 중 하나”라고 평가했고 CBS스포츠는 “이런 플레이는 많은 야구인들로부터 좋은 플레이로 평가된다. 하지만 매우 불운한 결과였다”라고 논평했다. 미국과 우리의 시각 차이를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skullboy@osen.co.kr
[사진] 피츠버그=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