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떨어진 것일까, 아니면 습관이 노출된 것일까. 난타당한 한화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29)를 두고 여러 시선이 오간다.
로저스는 지난 18일 대전 NC전에서 KBO 데뷔 후 최악의 투구를 했다. 경기당 평균 8이닝을 던지던 로저스였으나 이날은 3이닝 만에 내려갔다. 홈런 1개 포함 8개의 안타를 맞은 가운데 볼넷 1개와 몸에 맞는 볼 2개로 사사구 3개를 허용하며 6실점한 것이다. 시즌 2패(4승)째로 평균자책점은 3점대(3.32)가지 치솟았다.
이날 로저스는 3이닝 동안 무려 8개의 안타를 맞았다. 3연속 안타만 2번이나 허용할 정도로 집중 공략 당했다. 나성범은 2회 153km 포심 패스트볼을 가볍게 밀어쳐 좌전 안타로 연결했고, 3회에는 2개의 151km짜리 포심을 파울로 만든 뒤 128km 커브를 받아쳐 우전 안타로 연결했다. 이호준은 2~3회 연속 포심을 안타로 장식했다.

2회 2사 만루에서 2타점 중전 적시타를 터뜨린 김태군 역시 로저스의 144km 컷패스트볼을 정확하게 때린 것이다. 계속된 2사 1·3루에서 김준완도 로저스의 151km 포심을 툭 갖다 밀어 좌중간 떨어지는 1타점 적시타로 연결했다. 안타 8개 중 7개가 단타였으며 그 중 5개가 패스트볼 계열이었다. NC 타자들은 힘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이날 로저스의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53km. 지난달 22일 광주 KIA전에서는 최고 158km를 찍었고, 지난 13일 사직 롯데전에도 최고 155km까지 나왔다. 볼 스피드도 그렇지만 NC의 타자들이 짧지만 빠른 스윙으로 정확한 타이밍에 정타로 연결했다. 경기 후반이 아니라 초반부터 로저스의 패스트볼이 이렇게 쉽게 맞아 나간 건 거의 처음. NC 김태군은 "로저스가 좋은 투수라 짧게 친다는 생각으로 스윙 폭을 줄였다. 구위는 지난 경기와 큰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2회에만 안타 5개를 맞고 4실점한 로저스는 3회 1사 1루에서 KBO 데뷔 첫 보크까지 범했다. 세트 포지션시 글러브 위치가 문제된 것이다. 2회까지 로저스는 세트 포지션시 글러브 위치를 허리 벨트 부근에서 어깨 옆으로 옮겨서 공을 던졌는데 역으로 3회에는 벨트 부근에서 바로 공을 던졌다. 동작이 일정치 않아 주자 기만의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한 문승훈 2루심이 보크 판정을 내렸다. 보크 이후 로저스는 내야 안타와 희생플라이로 추가 1실점했다.
심판진에서는 "로저스가 처음 동작과는 다르게 글러브 위치를 위로 가져가지 않고 밑에서 갑자기 던지더라. 세트 포지션에서는 동작이 일정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주자 기만 행위라 보고 보크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동안 거의 취하지 않은 동작을 했다는 것 자체가 로저스 스스로도 뭔가 투구 습관의 노출을 감추기 위해 변화를 준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한 관계자는 "로저스 딴에는 동작을 바꿔서 하려고 했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어느 정도 간파를 당한 게 아닌가 싶다"고 봤다. 로저스는 NC전 9이닝 9실점으로 완벽하게 졌다. 거듭된 120개 이상 투구수 및 4일 휴식으로 공의 힘이 떨어졌을 수도 있지만, 투구 습관이 노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NC 이외의 다른 팀들도 로저스의 동작을 유심히 관찰했을 것이다. 공의 힘이 뒷받침 되지 않는 상황에서 투구 습관마저 드러날 경우에는 결국 난타당할 수밖에 없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