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타석 미달’ 강정호, 비공인된 2015년 성적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9.19 06: 02

규정타석은 일종의 기준선이다. “규정타석은 채워야 기록의 공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라는 논리다. 그런 측면에서 강정호(28, 피츠버그)는 애써 넘어선 그 기준선을 다시 반납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올 시즌 만들어낸 좋은 기록은 ‘비규정타석’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수밖에 없게 됐다.
강정호는 18일(이하 한국시간) 미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의 PNC파크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1회 수비 도중 치명적인 왼 무릎 부상을 당했다. 병살플레이 도중 1루 주자 크리스 코글란의 거친 슬라이딩에 무릎을 다쳤다. 즉시 수술대에 오른 강정호는 앞으로 6~8개월 정도는 재활을 해야 한다는 소견을 받았다. 보통 MLB 구단들이 재활기간을 최대로 잡아 발표하고는 하지만 올 시즌 아웃은 물론, 내년 개막전 출전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맹활약을 펼치던 강정호로서는 아쉬움만 가득한 부상이다. 피츠버그의 주전 내야수로 발돋움한 강정호는 올 시즌 126경기에서 타율 2할8푼7리, 출루율 3할5푼5리, 장타율 0.461, OPS(출루율+장타율) 0.816, 15홈런, 58타점, 5도루의 성적을 기록 중이었다. 그러나 이번 부상으로 이는 올 시즌 최종 성적이 됐다. 여기에 규정타석 미달도 확정됐다. MLB의 규정타석은 502타석, 강정호는 18일까지 467타석을 소화해 35타석이 모자란다.

현재 강정호의 이름을 순위표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은 규정타석을 채웠기 때문이다. 4월 출전 기회가 거의 없어 한동안 규정타석을 못 채웠던 강정호는 5월 이후부터 출전 기회를 늘려가며 8월 12일 드디어 규정타석에 진입했다. 현재 강정호는 내셔널리그 타율 19위, 출루율 20위, 장타율 21위, OPS 19위로 이 부문에서는 ‘TOP 20’ 진입이 유력시됐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규정타석에 미달하면 자연히 순위도 이름에서 빠진다. 35타석은 상황에 따라 8~9경기로도 채울 수 있는 정도의 차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 크다.
강정호가 잃은 것은 단순한 개인 기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팀 내에서 확고한 주전 입지를 차지하며 포스트시즌 경험을 할 기회를 놓쳤다. ‘빅마켓’이 아닌 피츠버그의 사정상 포스트시즌 진출 기회가 계속 찾아올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문제다. 2위권을 달리던 신인왕 레이스에서도 더 점수를 따기가 어려워졌다. 신인왕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종 순위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기에 이 또한 아쉬운 일이다.
내년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진 것은 가장 큰 손실이라고 할 만하다. 피츠버그는 주전 2루수이자 프랜차이즈 스타인 닐 워커가 올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사실상 워커를 붙잡을 여력은 없는 피츠버그다. 이에 강정호를 중심으로 한 내야 재편이 예상됐으나 강정호의 무릎이 불투명 상태로 접어들면서 구단도 머리가 복잡해지게 됐다.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는 점, 그리고 야수에게 민감한 부위라는 점 등 강정호가 극복해야 할 과제도 적지는 않아 보인다. /skullboy@osen.co.kr
[사진] 피츠버그=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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