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SK의 손을 잡아주는 역투였다. SK 신형 잠수함 박종훈(24)이 위기의 팀을 구해냈다. 그리고 자신의 올 시즌 목표였던 ‘100이닝’을 돌파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박종훈은 1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3피안타 5사사구 6탈삼진 1실점의 역투를 선보이며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SK는 이날 패할 경우 5위 롯데와의 승차가 3경기로 벌어져 사실상 5위 싸움 탈락 직전에 몰릴 수 있었다. 여기에 롯데가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을 앞세워 팀 전반적인 긴장감이 커진 상황이었다. 그러나 박종훈은 굴하지 않고 ‘자이언트 킬링’을 완성시켰다.
첫 타자 승부에서 다소 애를 먹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제구가 낮게 형성되며 롯데 타자들을 얼어붙게 했다. 올 시즌 롯데전에서 유독 강했던 박종훈, 그리고 옆구리 유형 투수에게 유독 약한 롯데의 성향이 제대로 만나 결국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7회 만루 위기에서 내야안타로 1실점을 하기는 했지만 추가점을 내주지 않은 것은 이날의 백미였다.

이로써 시즌 5승째를 달성한 박종훈은 시즌 100이닝 고지도 넘어섰다. 박종훈의 올 시즌 1차 목표는 ‘1군에서 살아남기’, 그리고 2차 목표는 ‘선발·구원을 가리지 않고 100이닝 소화’였다. 자신이 세운 목표를 모두 달성한 셈이다. 박종훈이라는 좋은 자원이 알을 깨고 나온 시즌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다. 여기에 리그 전체적으로도 특이한 사례를 만들었다. 바로 ‘최저연봉 100이닝’이다.
최저연봉을 받는다는 것은 대개 검증되지 않은 투수거나 신인급 투수다. 이런 투수가 100이닝을 던졌다는 것은 엄청난 기량 향상이 있었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실제 18일 현재 최저연봉 2700만 원을 받는 선수가 100이닝 이상을 소화한 것은 박종훈 딱 한 명이다.
억대 연봉이 아닌 선수도 몇 없다. 100이닝을 소화한 전체 35명의 투수 중 억대 연봉이 아닌 선수는 이태양(NC, 3300만 원), 박세웅(롯데, 3600만 원), 임준혁(KIA, 5000만 원), 임정우(LG, 9000만 원), 정대현(kt, 3200만 원), 그리고 박종훈까지 6명에 불과하다. 박종훈의 가격대비 성능비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SK로서는 ‘대박’이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팀 사정상 여기서 안주할 수는 없다. 스스로도 안주할 생각이 없다. 박종훈은 “선발·불펜을 가리지 않고 많은 이닝을 던지고 싶다. 선발로 나간 뒤 불펜으로 다시 대기할 수도 있다”라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SK는 앞으로 13경기가 남았고 휴식일 일정이 상대적으로 적어 박종훈도 최소 2경기 이상은 소화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이닝을 더 던진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그 자체가 잘 던진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팀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고, 박종훈과 SK 미래 전력의 소중한 경험 또한 될 수 있다. 박종훈이 SK 막판 레이스의 깜짝 히어로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