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환(42) 울산 감독이 혹독한 K리그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3승 1패로 K리그 시즌을 시작한 울산은 강력한 우승후보로 불렸다. 국가대표 김신욱과 김승규가 뼈대를 이루고 있고, ‘꾀돌이’ 윤정환 감독이 합류했다. 사간도스를 이끌었던 지도력이 명문팀과 어우러졌을 때 시너지효과를 기대했다.
3승 6무로 시작한 시즌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3연패 나락에 빠진 울산은 11경기를 치르는 동안 승리가 없었다. 최근 6개월 만의 2연승으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이미 순위는 10위까지 처졌다. 윤정환 감독도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심했다.

▲ “한국축구, 잘 몰랐다”
현역시절 윤정환 감독은 가장 창의적인 패스를 하는 미드필더였다. 일본에서 지도자생활을 시작했지만 한국축구에 대해 정통한 인물. 하지만 바깥에서 보는 K리그는 많이 달랐다. 윤정환 감독은 18일 2015 울산 미디어데이에서 기자들과 만나 허심탄회하게 소감을 밝혔다.
Q: 부임 후 9개월을 돌아본다면?
“너무 한국과 많이 떨어져 있었다. 한국축구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다. 아쉽다. 지금 반년이상 좋은 선수들과 클럽을 이끌어가면서 ‘선수들에 대해 더 알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선수들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 나아갈 방향도 정리가 되고 있다. 개막전부터 몇 경기 좋았는데 이후 침체됐다. 다시 살아나고 있다. 지금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아쉬운 부분이 많다”
Q: 한국축구를 잘 모른다는 점은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인가?
“현역 때 K리그는 이 정도 스피드나 힘이지 않았다. 바깥에서 보니 더욱 더 예전보다 강해졌다. 운동장 안에서 더 빨리 플레이가 일어나고 있었다. 내 현역 때 생각과 요즘 선수들 의 생각에서 많이 차이가 난다”
Q: 일본과 한국은 지도방식에서도 차이가 있을 텐데?
“문화적 차이가 있다. 한국에 와서 안 되는 부분이 많이 보였다. 일본에서 좋았던 점이 생각이 나다보니 한국축구에 대한 감이 떨어졌다. 극복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선수들을 처음 만나다보니 장단점을 잘 몰랐다. 지금은 K리그 선수들을 다 알 것 같다. 어린 선수들의 축구에 대한 생각이 지금은 눈에 보인다”

▲ “요즘 선수들, 잘 몰랐다”
윤 감독이 현역생활을 했던 90년대에는 공중전화로 통화하고 손편지를 썼다. 아무리 40대 젊은 감독이지만 스마트폰을 만지는 요즘 세대와는 소통방식이 다르다. 윤 감독도 요즘 세대들과 소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Q: 요즘 선수들과 어떻게 생각이 다른가?
“요즘 젊은 사람들의 성향에 대해 잘 몰랐다. 생각의 차이인 것 같다. 축구를 할 때 내가 생각하는 것과 선수들 보고 느끼는 것이 다르다. 거리감이 있었다. 차츰 좋아지고 있다”
Q: 한국선수들은 시키는 것만 열심히 하지 않나?
“우리 때도 그랬다. 시키는 것은 열심히 하는데 그 다음 상황, 임기응변을 하는 선수가 많지 않다. 나 같은 선수가 그래서 눈에 띌 수 있는 것이다.(하하) 그런 부분은 강압적인 훈련보다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어렸을 때부터 훈련하는 게 중요하다”
Q: 코바는 점점 잘하고 있다.
“코바가 들어오면서 분위기가 많아 달라졌다. 오른쪽에서 공격이 많이 하다 보니 왼쪽이 죽었다. 코바가 오면서 양쪽이 활발하게 공격이 됐다. 양쪽 다 쓸 수 있어 상대방이 막기 쉽지 않다. 우리 팀에 플러스가 됐다”
Q: 양동현과 김신욱의 투톱활용도 자리를 잡고 있다.
“지금 나쁘지 않다. 괜찮다. 두 선수 역할이 크다. 콤비플레이가 이뤄지면 더 위력적일 것이다. 선수 본인들이 더 잘 알 것이다”
▲ “FA컵 우승, 포기는 없다”
최근 윤 감독은 미국에 있는 아들에게 문자한 통을 받았다. 울산이 상위스플릿에 진출할 확률이 0.0006%라는 것. 하지만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명문구단의 자존심을 걸고 울산은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특히 준결승에 오른 FA컵에 임하는 자세가 남다르다.
Q: ACL에서 K리그 팀이 다 8강서 탈락했다
“전북이 근래 경기를 보면 경기력이 확실히 초반부터 많이 떨어졌다. 감바는 경기력을 유지하고 ACL을 위해 준비를 많이 했다. 일정 탓도 있다. 전북도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경기력이 ACL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K리그서 좋지 않았을 때 수정이 됐다면 ACL에서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감바 스타일과 K리그 스타일이 달랐다.”

Q: FA컵에 대한 각오와 준비가 남다를 것 같다.
“K리그에서 흐름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K리그에 집중해서 좋은 흐름 을 가져가 FA컵을 맞아야 한다. 서울, 인천, 전남, 다 해볼 만한 팀이다. 분위기를 잘 잡겠다.” / jasosn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