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의 레이저에 대응한 김승규의 자세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5.09.19 07: 18

레바논에서 무려 22년 만에 거둔 한국대표팀의 통쾌한 승리. 그 뒤에는 김승규(25, 울산)의 말 못할 노력이 숨겨져 있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FIFA 랭킹 57위)은 9일(한국시간) 새벽 레바논 사이다 국립경기장서 끝난 레바논(133위)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G조 3차전서 3-0 완승을 거뒀다.
주전 골키퍼로 나선 김승규는 고비 때마다 노련한 선방과 팀플레이를 펼쳐 승리에 기여했다. 거칠기로 소문난 레바논 팬들은 김승규의 시야를 방해하기 위해 레이저빔 공격을 서슴지 않았다. 엄연한 불법이었지만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 당시 김승규는 어떻게 경기를 풀어갔을까.

18일 울산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김승규에게 당시 상황을 물었다. 그는 “경기 시작 후 관중석에서 막 레이저를 쏘기 시작했다. 움직이면 정확하게 못 쏠 것 같아서 경기 중에 계속 움직였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문제는 레바논의 프리킥 상황이었다. 찰나의 순간에 골이 결정되는 마당에 김승규는 공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상황. 이 때 레바논의 레이저 공격이 이어졌다. 김승규는 “프리킥을 막을 때 정지할 때 레이저가 느껴졌다. 신경이 안 쓰일 줄 알았는데 많이 신경 쓰였다”고 했다. 결국 레이저 공격도 김승규를 뚫지는 못했다.  
김승규는 소속팀 울산과 대표팀 선수들이 뽑은 최고의 연습벌레다. 같은 선수가 보기에도 연습량이 엄청나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 김승규는 레바논 원정에서 혼자 호텔의 좁은 마당에서 새벽훈련을 빼먹지 않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김승규는 “개인운동은 컨디션에 따라 하는 편이다. 그 때 비행기도 오래 타고, 팀 훈련이 컨디션 조절만 하다 보니 새벽에 운동을 했다”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차이가 최고의 선수를 만들었음은 물론이다.
김승규는 라오스전에서 A매치에 데뷔한 권순태(31, 전북)를 보고도 느낀 게 많았다고. 당시 한국이 워낙 압도적인 경기를 하면서 권순태는 공을 거의 만져볼 기회도 없었다. 한국은 8-0으로 대승을 거뒀다. 김승규는 “나도 그런 경기를 많이 했다. 골키퍼 입장에서는 그런 게임이 더 하기 어렵다. 공이 계속 오면 적응이 되니까 편한데 공이 너무 안 오면 몸도 굳어 있고 감각도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동병상련을 느꼈다.
국가대표 수문장이 된 김승규는 가족들의 자랑이다. 최근 충북 단양에 카페를 낸 김승규의 누나는 온통 김승규의 사진으로 카페를 장식했다. 부모님도 김승규의 뒷바라지에 온 정성을 기울였다. 김승규는 “나 때문에 부모님들이 고생하셨다. 안 보이는데서 도움을 드리고 더 잘해야 된다”면서 효심을 보였다.
아직 한창 놀고 싶고, 즐기고 싶을 나이다. 하지만 김승규의 머릿속에는 축구와 가족 밖에 없었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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