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누구나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 한다. 그 기회를 꽉 잡은 선수가 있다. 바로 프로데뷔전에서 전북이란 대어를 낚은 수문장 장대희(21, 울산)다.
울산 현대는 9일 오후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벌어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29라운드에서 김신욱의 결승골에 힘입어 선두 전북 현대를 2-0으로 눌렀다. 골키퍼 김승규가 국가대표로 차출돼 어려움이 있던 경기였다. 윤정환 감독은 ‘최근 가장 몸이 좋다’는 코치진의 조언을 듣고 과감하게 막내 골키퍼 장대희를 올렸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경기 초반 다소 실수가 나왔던 장대희는 점차 안정을 찾았다. 그는 이동국, 레오나르도, 이근호 등 기라성 같은 공격수들이 포진한 전북을 상대로 무실점 경기를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날이 장대희의 프로데뷔전이었다는 사실.

데뷔전의 설렘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장대희를 18일 울산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데뷔전 소감을 들었다. 장대희는 “그 때 아직 송유걸 형과 둘 중 누가 나갈지 몰랐다. 시즌 초부터 준비하는 입장은 아니었다. 전북전에 김승규 형이 없어서 준비하는 상황이었다. 감독님이 준비하라는 식으로 말씀하신 뒤 잠도 못자고 진짜 긴장했다. 보는 사람마다 ‘왜 표정이 안 좋냐?’고 할 정도였다”며 돌아봤다.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장대희는 안정을 찾았다. 그는 “경기 때는 솔직히 전반 초반에는 긴장했다. 후반에는 그렇게 긴장되지 않았다. 후반전에는 실수를 안 하고 괜찮았다. 게임 끝나고 얼떨떨했다. 실감도 안 나고. 게임 들어가기 전 부담이 많이 됐다. ‘실수만 안하자’ 그런 생각으로 들어갔다. 끝나고 기사도 올라오고 신기했다. 게임 끝나고 잠을 자야 되는데, (설레는) 기분을 더 느끼고 싶어서 못 잤다. 이런 기분을 느낀 것은 진짜 오랜만이다. 고등학교 3학년 이후 처음”이라며 그날의 감동을 잊지 못했다.
데뷔전에서 대선배 이동국을 상대해본 경험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장대희는 “데뷔전인데 전북이라 부담감이 엄청 컸다. 이동국 선배가 처음에 안 나오시더라. 후반 10분에 들어왔다. 그 때도 긴장 됐다. '신경 안 쓰고 할거 하자'는 마음이었다. 이동국 선배가 슛을 때리긴 때렸는데 다행히 골대 바깥으로 나갔다”면서 웃었다.
골키퍼는 유난히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붙박이 주전을 그만큼 밀어내기 어려운 포지션이기도 하다. 울산에는 국가대표 김승규가 버티고 있다. 후보선수들은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를 위해 묵묵히 땀을 흘린다. 김승규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김승규는 “전북전을 하이라이트로 봤다. 장대희가 잘했다. 개인 운동도 같이 하는 사이다. 그 나이에는 경기를 많이 뛰어야 하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 그런데 나도 주전을 차지하는데 7년이 걸렸다”며 격려했다.
장대희는 “지금은 기회를 잡는다기보다 배운다는 느낌이다. (이)희성이 형도 있고 지금도 승규 형과 룸메이트다. 운동시간 외에도 따라다니며 배우려고 한다. 승규 형을 중학교 때부터 봤는데 정말 최고로 열심히 한다”며 선배들에게 존경심을 보였다.
이제 막 프로세계에 제대로 발을 내딛은 장대희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구단에 오기 전부터 생각한 것이 있다. 쉽진 않겠지만 여기 울산에서 은퇴할 때까지 뛰면서 원클럽맨이 되고 싶다”고 소망했다. / jasonseo34@osen.co.kr
울산 현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