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레인저스 외야수 추신수(33)는 유독 가을이 되면 강해진다. 커리어 통산 타율은 2할8푼, 출루율 3할8푼1리, OPS 0.833인데 9월 이후에는 타율 3할2푼4리 출루율 4할2푼9리 OPS 0.950이다. '출루머신'이라는 수식어가 부족하지 않은 활약이다.
2015년에도 어김없이 가을이 왔고, 추신수는 예전보다 더 놀라운 9월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19일(이하 한국시간)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벌어진 시애틀 매리너스전에 우익수 2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를 기록했다. 이날 경기로 추신수의 타율은 2할7푼1리(499타수 135안타)까지 올라갔다. 시즌 최고타율이다.
추신수의 커리어하이 시즌은 2년 전인 2013년 신시내티 레즈 시절이다. 당시 추신수의 타율은 2할8푼5리였지만 출루율은 무려 4할2푼3리나 됐다. 안타 162개에 볼넷 112개, 몸에 맞는 공 26개로 도합 300번 1루를 밟았다. 당시 추신수는 조금 더 과장하면 '1루 자유이용권'을 받았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2013년 활약을 바탕으로 FA 대박을 터트리며 텍사스 유니폼을 입은 추신수지만 자유이용권 이용기간은 만료됐다. 부상과 타격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올해 4월 타율은 9푼6리로 극심한 타격부진을 겪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9월의 추신수는 다르다. 후반기들어 침착하게 공을 고르는 선구안이 살아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다시 예전처럼 날카로운 선구안으로 스트라이크는 치고, 볼은 그냥 흘려보내고 있다. 덕분에 추신수의 9월 타율은 4할4푼4리(63타수 28안타)까지 올라갔다.
9월 추신수의 타석을 보면 자신만의 스트라이크 존을 다시 정립한 걸 확인할 수 있다. 2013년 한창 선구안이 좋았을 때 추신수는 자신이 정해놓은 스트라이크 존을 철저히 지켰는데, 작년부터 구심들의 존이 바뀌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제 추신수는 다시 바뀐 존에 적응을 마치고 다시 그 기준에 맞춰 타격을 하고 있다.
지금 분위기라면 텍사스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하다. 그리고 추신수의 포스트시즌 경험은 2013년 와일드카드 단판 경기 딱 1번 뿐이다. 당시 추신수는 홈런도 날리며 활약했지만 신시내티의 가을야구는 일찍 막을 내렸다. 가을에 강해진 추신수가 올해는 좋은 타격감으로 최대한 늦게까지 야구를 할 수 있을까.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