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28, 피츠버그)가 메이저리그(MLB)의 거친 태클에 쓰러졌다. 올 시즌 좋은 활약을 끊어놓는 치명적인 부상이었다. 그런데 유독 아시아 출신 내야수들이 베이스 위에서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또 하나의 논란 대상이 되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야구를 배운 문화의 차이라는 시각이다.
강정호는 18일(이하 한국시간) 미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의 PNC파크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1회 수비 도중 무릎 부상이라는 중상을 당했다. 병살 플레이를 시도하던 상황에서 1루 주자 크리스 코글란의 높은 태클에 무릎이 큰 타격을 입었다. 반월판과 정강이뼈에 문제가 생긴 강정호는 곧바로 수술을 받았고 앞으로 6~8개월 정도 재활해야 한다는 소견을 받았다.
코글란의 태클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큰 논란이 되고 있다. 현행 규정에서 코글란의 태클은 정당 쪽에 가깝다. 단지 “발이 조금 높았다. 강정호는 불운했다”라는 안타까운 시선이 있을 뿐이다. 현지 언론에서는 홈플레이트에서 포수와 주자의 충돌 방지룰을 만든 것처럼 2루 베이스에서도 이런 비슷한 유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부분도 현장과 관계자들의 100% 공감은 얻지 못하고 있어 다소간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그런데 아시아권 선수들의 부상이 유독 잦다는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강정호 이전에 일본 출신 내야수들도 2루 베이스 위에서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한 사례가 있다. 2009년 이와무라 아키노리는 강정호 부상의 가해자인 코글란의 태클로 무릎 십자인대에 손상을 입는 중상을 당했다. 2011년 니시오카 쓰요시 역시 왼 정강이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고 1세대 내야수라고 할 수 있는 마쓰이 가즈오 또한 2루 베이스 위에서 부상 전력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야구 문화의 차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는다. KBO 리그나 일본의 경우는 동업자 정신을 중요시해 2루에서 거친 슬라이딩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MLB는 다르다. 일단 수비수의 병살 플레이를 막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런 문화의 차이는 어린 시절의 교육부터를 바꿔놓는다.
조 알바레즈 SK 주루 및 수비코치는 “MLB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수비수를 향해 강하게 태클을 하라고 가르친다. 반대로 한국에서는 2루 베이스 쪽으로 슬라이딩을 하라고 가르친다”라고 차이점을 설명하면서 “때문에 수비수들도 다르게 배운다. 미국에서는 항상 슬라이딩이 들어오니 점프를 하라고 가르친다. 반복되는 훈련 속에 습관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MLB 선수들은 주루시 “수비수들의 발이 땅에 붙어있지 못하도록 태클하라”라고 가르친다. 그리고 수비수들은 “베이스 위에서는 항상 발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대원칙이다. 거의 대부분의 수비수들은 병살플레이시 가볍게라도 점프를 하는 편이며 상대의 거친 태클이 들어온다 싶으면 아예 병살플레이를 포기해 버린다. 겉으로는 화려하게 보일 수 있는 MLB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는 이런 생존의 법칙이 담겨 있다.
우리 선수들도 이런 플레이를 배우기는 한다. 알바레즈 코치는 “교육리그나 스프링캠프에 가면 우리 선수들도 훈련하는 것들이다. 크게 주자를 피하는 방법은 4가지가 있다. 앞으로 스텝을 밟는 방법, 뒤로 밟는 방법, 옆으로 스치듯 밟은 방법, 그리고 점프로 피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의 정서상 실전에서 이 방법을 반복적으로 쓸 이유는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물론 코글란의 발은 높았으며 점프를 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피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부상 위험도는 조금 줄일 수도 있었다. 또한 다른 수비수들처럼 아예 병살플레이를 포기하는 방법도 나쁜 것은 아니었다. 1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수의 몸이기 때문이다. 결국 아시아권 선수들은 MLB의 이 다른 문화를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적응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할 만하다. 앞으로 MLB 진출이 계속될 상황이라면, 더 이상 다치는 일은 벌어져서는 안 된다. 룰 개정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거친 태클은 계속될 것이 확실한 게 그쪽 생리인 만큼 적응해야 할 부분도 없지는 않다./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