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의미 없다".
한화 내야수 정근우(33)는 지난 19일 대전 두산전에 1회말 시작부터 장원준을 상대로 좌월 솔로 홈런을 뽑아냈다. 3구째 몸쪽 높게 들어온 141km 직구를 통타, 비거리 110m 좌월 솔로 홈런으로 연결했다. 이날 경기 결승타이자 시즌 10호 홈런이었다.
무엇보다 정근우 개인으로도 프로 데뷔 후 처음 두 자릿수 홈런 역사를 썼다. 지난 2005년 SK에서 프로 데뷔한 이래 11년 만에 처음으로 10홈런 고지를 밟았다. 2007년과 2009년 그리고 2013년 SK에서 3차례나 시즌 9홈런을 쳤지만 10홈런에는 한 끗 차이로 모자랐다.

하지만 올해 117경기를 뛰며 마침내 첫 10홈런 고지를 밟았다. 데뷔 후 대부분 시간을 1~2번 테이블세터로 활약한 정근우는 장타력과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심심찮게 터뜨리는 장타가 매력적이었다. 올 시즌에는 주로 3번 타순에 배치되며 감춰둔 홈런 능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하지만 정근우는 10홈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는 "에이, 그게 무슨 큰 의미 있나. 예년보다 경기 수가 늘어난 덕분이다. 그동안 홈런 9개에서 끝났지만 크게 의식한 건 전혀 없었다. 난 3할 타율을 쳐야 할 타자이지,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정근우가 웃을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팀 성적 때문이기도 했다. 이날 경기는 이겼지만 한화는 후반기 대추락 탓에 순위가 8위까지 떨어졌다. 5위 롯데와 2경기차이지만 잔여 9경기에서 뒤집기란 쉽지 않다. 5강 경쟁 팀들과 맞대결이 모두 끝나 자력으로는 어렵다.
정근우는 "지금은 개인적인 기록으로 좋아할 때가 아니다"며 "남은 경기에도 1~2번 타순을 가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할 것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개인적인 기쁨을 뒤로 할 정도로 5강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산술적으로 힘들지만 한화 선수들에게 포기란 없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