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20일, KBO리그는 또 하나의 신기록이 수립됐다. 한 경기 최다타점 기록이 새로 쓰였다.
주인공은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박석민이다. 박석민은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 3루수 5번 타자로 선발 출전, 4타수 3안타 2볼넷 3홈런 9타점을 올렸다. 종전 한 경기 최다타점은 8타점으로 1997년 삼성 정경배가 연타석 만루홈런으로 달성한 것을 포함해 이날 경기 전까지 13차례 나온 기록이다.
홀로 9타점을 올린다는 건 쉬운 게 아니다. 절정의 타격감에 주자가 앞에 적절하게 모여있는 운도 따라야 한다. 박석민은 운과 실력 모두 거머쥐면서 KBO 리그에 이름 석 자를 남기게 됐다. 이제 박석민의 '한 경기 최다타점: 9점' 기록이 지워지려면 누군가가 하루에 10타점을 올려야 한다.

박석민의 첫 대포는 1회 터졌다. 삼성이 2-0으로 앞선 1회초 상대 선발 브룩스 레일리를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라인드라이브 홈런포를 터트렸다. 경기 전까지 99타점을 기록 중이던 박석민은 이 홈런으로 데뷔 첫 시즌 100타점을 돌파했다.
여기서 만족할 박석민이 아니었다. 4-6으로 역전을 허용한 3회초에는 무사 1,2루에서 다시 레일리를 상대로 역전 스리런을 터트리면서 연타석 대포를 쐈다. 5회 3번째 타석은 선두타자로 나와서 볼넷을 얻어냈고, 타자일순 후 1사 만루에서 5회에만 두 번째 타석에 등장해서 김성배를 상대로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만루포를 터트렸다.
이 홈런으로 박석민은 투런, 스리런, 만루포로 9타점을 적립했다. KBO 타점 역사가 새로 쓰여진 순간이다. 게다가 박석민은 홈런 3개를 하루에 적립하며 시즌 25홈런 고지까지 밟았다.
이미 KBO 신기록을 새로 쓴 박석민에게 남은 기록은 '사이클링 홈런'이다. 말 그대로 솔로포, 투런, 스리런, 만루포를 한 경기에 치는 것이다. 이제까지 한미일 프로야구 모두 나오지 않은 기록이다. 다만 1998년 더블A에서 타이론 혼이 기록한 적은 있다.
어떻게 본다면 홈런 중 가장 쉬운 게 솔로포다. 그런데 이것도 팀원들의 도움이 있어야한다. 17-7로 크게 앞선 7회 박석민은 1사 1루에서 타석에 등장했다. 앞서 야마이코 나바로가 몸에 맞는 공으로 1루를 밟은 이후였고, 박석민은 그 타석에서 볼넷을 골라내 1루를 밟았다. 이후 박석민은 9회초 선두타자로 마지막 타석에 섰지만 내야땅볼로 물러났다.
최고의 하루를 보낸 박석민, 99타점에서 아홉수를 깨면서 하루에 9타점을 올렸다. 20일 박석민의 하루는 구구절절 숫자 '9'로 가득했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