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나 못하나 전준범(24, 모비스)의 존재감은 엄청났다.
울산 모비스는 20일 오후 2시 울산동천체육관에서 벌어진 2015-2016 KCC 프로농구 1라운드에서 2차 연장전 혈전 끝에 안양 KGC인삼공사를 99-97로 눌렀다. 2승 2패의 모비스는 공동 4위로 뛰어올랐다. 개막 후 3연패의 최하위 KGC는 첫 승 달성에 실패했다.
전준범에게 잊지 못할 경기였다. 이날 전준범은 3쿼터까지 무득점으로 부진했다. 팀내 주전슈터답지 못한 성적이었다. 4쿼터 막판 모비스의 상승세에서 전준범이 속공에 나섰다. 옆에 리오 라이온스가 뛰고 있었지만 전준범은 돌파를 강행했다. 결과는 김기윤 공격자파울이었다.

전준범은 4쿼터 종료 53.4초전 동점 3점포가 작렬해 실수를 만회했다. 하지만 강병현의 극적인 동점 레이업슛이 터져 승부가 연장전으로 넘어갔다.
1차 연장전서 전준범은 3점슛 두 방을 폭발시키며 영웅이 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그는 속공상황에서 김기윤에게 U파울을 범했다. 자유투 2구와 공격권까지 내준 모비스에게 치명적 실수였다. 다행히 김기윤이 하나를 실수했다.
전준범은 종료 1분 41초를 남기고 다시 한 번 점프슛을 넣은 뒤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마치 자신이 경기를 지배하고 있다는 듯한 제스처였다. 그랬던 전준범은 다시 백코트 바이얼레이션을 범해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렸다. 2차 연장전에서 함지훈과 라이온스가 10득점을 합작하며 전준범을 역적에서 구해줬다. 전준범은 4쿼터 막판부터 3점슛 3방으로 9득점을 올렸다.
경기 후 유재학 감독은 “전준범이 수비에서 구멍을 내서 팀을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더니 또 슛이 들어가서 다행이다. 4쿼터에 뛸 선수가 없었다. 몸을 풀고 한 뒤 전준범을 뛰게 했다”면서 웃었다.
전준범은 “전 경기에서 보여주지 못했다. 마지막 기회를 받아서 자신 있게 쏘자고 했는데 좋았다. 지나간 실수는 빨리 잊어야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4쿼터 팀을 위기에 빠뜨린 공격자 파울에 대해선 “라이온스를 곁눈질로 늦게 봤다. 그 때 정확하게 못 봐서 처리하려다가 공격자파울이 나왔다. 아직까지 수비에서 놓치는 경향이 있다. 공격보다 궂은일을 해야 될 것 같다. 그러면 저절로 공격도 풀릴 것”이라고 반성했다.
이날 전준범은 연대 후배 김기윤과 냉정한 승부를 펼쳤다. 김기윤에게 공격자파울을 유도당하더니 U파울까지 범해 체면을 구겼다. 전준범은 “김기윤이랑 사적으로 장난도 많이 치는데 경기장에서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며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구단관계자에 따르면 전준범은 초등학생들에게 유독 인기가 많다고 한다. 인기비결을 물었다. 전준범은 “초딩팬들이 관심을 가져주니까 고맙다”고 한마디 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