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일 만에 5위 자리를 탈환한 SK가 남은 경기 총력전을 선언했다. 비교적 힘이 남아 있는 투수 자원을 최대한 끌어 써 5위 자리를 지키겠다는 각오다. 시즌 초·중반까지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투수들을 아꼈던 SK가 그 힘을 막판에 올인하겠다는 구상이다.
SK는 20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타선의 집중력과 선발 크리스 세든의 6이닝 2실점 호투를 묶어 9-2로 이기고 KIA와의 순위를 맞바꿨다. 3연승의 기세를 탄 SK는 8월 8일 이후 43일 만에 5위를 탈환했다. 아직 남은 경기가 있고 8위 한화까지의 승차도 크지 않아 속단은 이르지만 일단 팀이 분위기를 탄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3연승 기간 중 돋보였던 것은 선발투수들의 호투였다. 18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박종훈이 7이닝 1실점 역투로 상대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을 무너뜨렸다. 19일과 20일 KIA전에서는 메릴 켈리와 크리스 세든이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다. SK는 21일 선발로 에이스 김광현을 예고해 4연승에 도전하는 상황이다. 다만 윤희상의 부상 이탈로 선발 한 자리가 빈 것은 아쉽다.

윤희상이 정상적이 컨디션이었다면 여러 가지 수가 나올 수 있지만 지금은 ‘4인 로테이션’이 최선이라는 게 김용희 SK 감독의 생각이다. 김 감독은 21일 인천 KIA전을 앞두고 “남은 경기는 선발 4명으로 갈 생각을 하고 있다”고 구상을 드러냈다. 선발투수들이 4일을 쉬고 들어가는 일정이 체력적으로는 다소 힘이 부칠 수 있지만 지금까지 아낀 체력을 막판 쏟아붓겠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시즌 초반에는 이런 로테이션으로 하면 안 된다. 하지만 시즌 막판에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는 SK의 올 시즌 전체 마운드 구상을 관통하는 것이기는 하다. 김 감독은 “경기를 너무 빨리 포기한다”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지는 경기에서는 투수들을 최대한 아끼며 막판 레이스를 기약했다. 김 감독은 “욕은 배가 터지게 들었고 결과는 당연히 감독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투수들의 체력은 세이브가 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현재 불펜 상황도 괜찮다. 선발이 5~6이닝만 버텨주면 해볼 만한 여건이 형성되어 있다. 불펜을 총괄하는 김경태 SK 투수코치는 “대부분의 투수들이 경기에 나서면 30개 이하를 던지는 시스템으로 시즌을 꾸려왔다. 현재 불펜 투수들의 체력은 괜찮다. 박정배와 문광은도 올라오는 흐름이고 무엇보다 전유수가 많이 좋아졌다. 박희수는 며칠 정도 더 지나면 확실히 더 나아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타선도 최근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선발들이 관건이라고 볼 수 있다. 체력적인 부담을 이겨내는 것이 우선이다. 일단 4인 로테이션의 여건 자체는 마련됐다. SK는 21일 경기 후 하루를 쉬고 22일부터 26일까지 4연전을 벌인 뒤 또 하루 휴식을 갖는다. 23일은 충분히 쉰 박종훈이 나서고 24일 넥센전에서는 메릴 켈리, 25일 삼성전에서는 크리스 세든, 26일 KIA전에서는 김광현이 등판하면 된다.
다시 하루를 쉬고 28일부터 박종훈을 시작으로 다시 로테이션이 돌아가면 일단 시즌 종료까지 선발진이 이어진다. 2~3경기 4일 휴식 후 등판이 이어지는데 SK 투수들은 올 시즌 가벼운 부상으로 대부분 선발 로테이션을 한 차례 이상씩 걸러 투구 이닝은 그렇게 많지 않은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여유는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여기에 문광은 채병룡 고효준 등 길게 던질 수 있는 선수들이 대기하고 있어 선발들이 5~6회까지 투구수 90~100개 정도만 버텨주면 된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실제 SK는 20일 경기에서도 세든이 6회까지 89개의 공을 던진 뒤 불펜을 동원해 다시 4일을 쉬고 등판해야 할 세든의 체력을 아끼고 불펜 자원을 활용했다. 다만 김 감독은 “시즌 막판에 변수가 있을 수는 있다”라며 한 가지 시나리오가 아닌, 상황에 맞게 유연한 투수 운영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