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저력을 과시하며 5위 싸움에서 밀려나지 않았다. SK의 기세를 경계하던 5위 경쟁팀 롯데와 한화도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KIA는 21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에이스 양현종의 6이닝 무실점 역투와 고비 때마다 점수를 뽑은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워 SK 에이스 김광현을 무너뜨리고 7-0 승리를 거뒀다. 앞선 2경기에서 모두 패하며 5위 싸움에 비상이 걸렸던 KIA로서는 중대한 승리였다.
SK에나, KIA에나 중요한 승부였다. 이 경기 승패에 따라 두 팀의 5위 싸움 전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었던 까닭이었다. 18일 사직 롯데전부터 전날 경기까지 3연승을 내달리며 단번에 7위에서 5위로 뛰어 오른 SK는 김광현을 앞세워 5위를 굳혀가겠다는 심산이었다. 반면 SK에 1.5경기 뒤진 KIA로서는 이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 승차를 좁혀야 했다. 만약 진다면 2.5경기로 벌어지는데 남은 경기수를 고려하면 만회하기 쉽지 않은 차이가 될 수 있었다. KIA도 에이스 양현종 카드를 아낌없이 꺼내들어 맞불에 나선 이유다.

두 팀뿐만 아니라 이날 경기가 없었던 6위 롯데와 8위 한화도 숨을 죽이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특히 한화의 경우는 더 절박했다. 6위 롯데야 이날 SK가 이겨도 1경기차를 유지할 수 있지만 한화는 3경기로 벌어져 남은 8경기에서 엄청난 승률이 필요한 위기였다. 두 팀은 내심 양현종이 연승 기세를 타고 있는 SK를 저지했으면 하는 바람이었을지도 모른다.
긴장감을 흘렀지만 중반 이후로는 대전과 부산이 비교적 평온한 분위기로 흐를 법한 경기였다. 양현종이 기대대로(?) SK 타선을 틀어막은 가운데 필이 4회 김광현을 상대로 선제 솔로포를 터뜨리며 선취점을 냈기 때문이다.
여기에 5회 김주찬이 적시타를 터뜨리며 1점을 더 뽑았고 필의 타석 때 폭투가 나오며 1점을 추가했다. 6회에는 김민우의 적시타, 7회에는 김주찬의 솔로포, 9회에는 필의 자축포 등 9회까지 6이닝 연속 득점을 기록하며 착실하게 도망갔다. KIA도 필승조 요원들의 위력은 만만치 않아 중반 이후까지만 리드를 잡을 경우 승리 가능성이 높았고 경기는 그 계산대로 흘러갔다.
KIA는 양현종이 77개의 공만을 던지고 6회를 마지막으로 경기를 끝냈으나 7회부터 동원된 불펜이 SK의 추격을 따돌리며 귀중한 승리를 낚았다. KIA뿐만 아니라 롯데와 한화도 같이 웃었다. 이날 경기가 없었던 롯데는 SK의 패배로 승차 없이 승률에서 앞선 5위에 복귀했으며 한화도 5위 롯데와의 승차를 2경기로 유지하며 마지막 희망을 걸어볼 수 있게 됐다. 만약 이날 SK가 이겼다면 한화는 5위 SK와의 승차가 3경기로 벌어져 사실상 5위 탈락이 유력시될 판이었지만 마지막 기회를 얻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