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이 사람을 아십니까] 피카츄를 소환하다, SK 조혜현 매니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9.23 10: 12

야구장의 주인공은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입니다. 조연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코칭스태프, 혹은 프런트라고 답을 내놓는 사람들이 많겠죠. 그들이 조연인 건 맞지만, 우리가 다시 돌아봐야 할 사람들은 화려한 무대 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 일에 매진하는 이들이 아닐까요. 매주 1회 잘 모르고 지나쳤던 그들의 이야기를 OSEN이 전해 드립니다. (편집자주)
세계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캐릭터.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우리의 친구. 몸짓 하나에 모두가 쓰러질 정도의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피카츄가 야구장에 떴다. 인천SK행복드림구장이 피카츄의 새 보금자리다. ‘특급 스타’가 행차한 만큼 관계자들의 손이 분주해지는 것도 사실. 그 피카츄를 인천 팬들의 명물로 자리 잡고자 발로 뛰는 이들이 있다. 조혜현 SK 마케팅팀 매니저도 그 중 하나다.
SK의 홈구장인 인천SK행복드림구장은 8월 8일, 경기 시작 전부터 난리가 났다. 갑자기 등장한 피카츄들이 그라운드에서 팬들을 향해 손짓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SK 응원단에 이름을 올린 피카츄들은 경기를 앞두고 팬들 앞에서 공연을 선보이며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모았다. 1루 관중석을 찾은 팬들은 모두 휴대전화나 카메라를 들고 이 피카츄들의 몸짓 하나를 담아두느라 바빴다. 이날은 SK와 피카츄의 공동 마케팅이 시작된 날로 두 달 이상 준비한 SK의 야심작이 등장하는 날이기도 했다.

그 후 피카츄는 주말 경기마다 인천을 찾으며 팬들과 함께 하고 있다. 응원단상에서 귀여운 몸짓으로 팬들과 함께 응원전을 벌이기도 한다. 팬들의 호응은 절대적이다. 이런 흥행을 주도한 이가 바로 조혜현 매니저다. 조 매니저는 “지난 6월 포켓몬 코리아에서 공동 마케팅에 대한 제안이 왔다. 포켓몬 코리아에서 최근 동대문 플래시몸 이벤트 등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이와 비슷한 행사를 야구장에서 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의였다”라고 떠올렸다.
먼저 제안이 왔기에 손만 잡으면 되는 행사는 아니었다. 까다로운 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조 매니저는 “일회성으로 끝내기에는 피카츄라는 캐릭터가 너무 아까웠다. 때문에 계속 이어나갈 프로젝트를 세웠고 입단 스토리 등도 만들었다. 일본 본사에서 재가를 받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여기에 상품 개발 및 판매 등의 계획도 세워야 했다”라고 말했다. 시즌 초부터 계획된 것이 아니라 갑작스레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 시간이 촉박했던 것도 사실. 그러나 조 매니저 등 마케팅팀의 불철주야 노력 속에 피카츄는 두 달의 준비시간을 거쳐 팬들 앞에서 설 수 있었다.
피카츄는 비싼 몸이다. 야구장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조 매니저는 “미국 뉴욕 양키스나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도 피카츄 마케팅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피카츄에게 유니폼과 모자까지 입힌 것은 SK가 세계 최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이런 피카츄에게도 단점은 있다. 바로 캐릭터 자체가 너무 강하다는 것. 팬들이 피카츄만 쳐다보면 구단 상징 등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이 무게중심을 잡는 과정도 중요했다. 다만 지금까지 성과를 보면 피카츄도 살리고 구단 상징도 살리는 데 성공했다는 자평이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피카츄 이벤트의 성격이다. 지금껏 많은 프로구단들이 마케팅 부분의 비중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다만 여건상 주로 경기장 내 이벤트에 집중됐다. 그렇게 7~8년이 흐른 지금, 이제는 ‘아이디어 고갈’의 고충을 논하는 구단들이 적지 않다. 더 이상 할 것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SK는 야구장 내의 이벤트는 물론 피카츄 마케팅처럼 다른 장르를 야구장으로 끌어오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스포테인먼트’로 선구적 마케팅 행보를 벌였던 SK가 이번에도 다시 한 번 앞서 나가려는 움직임이다.
피카츄 이벤트, 불금 이벤트, 다양한 경기장 밖 외부 행사는 올해 들어 마케팅팀에서 적극적으로 시도하며 팬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조 매니저도 그런 아이디어 뱅크 중 하나다. 조 매니저는 주로 스포츠마케팅을 전공한 일반 프로구단의 마케팅팀 직원과는 사뭇 다른 길을 걸었다. 홈쇼핑 PD, 프로모션 행사 기획, 광고대행사를 거쳐 지난해 말 SK 마케팅팀에 합류했다.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좋아했는데 야구단에서 일을 하는 것은 사실 막연한 희망이었다. 하지만 우연찮게 헤드헌터를 통해 제의가 왔고 망설임없이 SK 입사를 결정했다”는 게 조 매니저의 설명이다.
피카츄 이벤트는 이런 다른 외연을 가지고 있는 조 매니저의 색깔이 잘 드러난 이벤트라는 구단 내부의 평가다. 조 매니저는 “어린이들이 주 대상이지만 아무래도 오래 사랑을 받은 캐릭터다보니 20대 친구들도 많이 좋아 하더라. 다른 팀 팬들이 자신의 응원팀 유니폼으로 합성한 사진을 올리곤 하는데 기분이 좋았다”라면서 “야구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는 마케팅은 기본이다. 이런 요소에 더해 야구장 밖에서 즐길 수 있는 요소도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다. 야구가 끝나고도 일상생활에서 SK를 느낄 수 있게끔 하는 방안을 만들겠다”고 앞으로의 방향을 설명했다.
신경 쓸 일도 많다. 피카츄 인형 안에 들어가는 인력은 전문인력이다. 일본에서 직접 교육을 받은 사람만이 자격이 있다. 외부로는 절대 공개되지 않는다. 철저한 보안유지가 필요한데 160㎝ 이하의 작고 마른 여성들이라는 게 조 매니저의 귀띔. 그렇다면 이런 피카츄는 내년에도 볼 수 있는 것일까. 조 매니저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상품판매는 주로 시즌 초에 많은데 피카츄의 경우 시즌 중반에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좋았다. 내년에도 하게 된다면 아이템도 늘려 준비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피카츄가 인천의 명물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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