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좌완 유희관(29)은 KBO 리그 선발투수 가운데 평균구속이 가장 느린 투수다. 보통 속구 구속이 130km 초반대에 머무르는데, 그 공을 가지고도 타자들을 마음껏 농락한다. 2013년 이후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고 있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리고 유희관과 같은 기교파 투수에 약한 게 롯데 자이언츠의 달갑지 않은 전통이다. 유희관의 통산 평균자책점은 3.82, 하지만 롯데를 만난 유희관은 통산 평균자책점 3.43을 기록 중이다. 올해로 범위를 좁혀보면 유희관의 롯데전 성적은 3경기 2승 평균자책점 2.95다. 올해 롯데와 처음 만났을 땐 8이닝 2피안타 무실점, 두 번째는 8이닝 4피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상대를 묶었다.
절치부심한 롯데는 지난 16일 잠실 두산전에서 유희관을 공략하는 데 성공한다. 당시 롯데의 선발투수는 좌완 이명우, 5선발 요원이다. 상대 에이스와 만난 롯데는 유희관을 상대로 5⅓이닝 9안타 1홈런을 묶어 7점을 뽑아냈다. 결국 이날 롯데는 두산에 역전승을 거두면서 5위 싸움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올해 내내 유희관에 꽁꽁 묶였던 롯데는 중요한 경기에서 그에게 시즌 최다실점을 안겼다.

이번에는 유희관도 절치부심했을 터다. 16일 올 시즌 가장 좋지 않았던 유희관은 22일 사직 롯데전에 선발 등판한다. 롯데와 두 번 연속 만나는데, 이번 경기 중요성은 롯데 뿐만아니라 두산도 매우 높다. 승차없는 5위를 지키고 있는 롯데도 급하지만, 4위 두산 역시 어떻게든 3위 넥센과 현재 간격인 2.5게임을 좁힐 필요가 있다. 또한 시즌 17승을 기록 중인 유희관은 다승 1위 에릭 해커(18승)를 따라붙어야 한다.
그런데 롯데는 이번에도 유희관을 공략할 수 있을까. 유희관의 공은 빠르지 않지만, 몰리는 공이 거의 없을 정도로 제구력이 좋다. 게다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투구에 능하고, 체인지업의 움직임이 좋아 우타자는 애를 먹는다. 그래서 나온 게 조금 일찍 타이밍을 잡고 타격하는 것이다. 구속이 느린만큼 다른 투수를 상대할 때보다 히팅 포인트를 앞에두는 게 조금은 쉬울 수 있다. 이 방법으로 롯데는 한 번 재미를 봤다.
특히 롯데가 유희관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짐 아두치-최준석 4,5번 타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올해 아두치와 최준석 모두 유희관을 상대로는 8타수 1안타를 기록 중이다. 최준석의 안타 1개는 바로 홈런이었다. 현재 롯데 타선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은 아두치와 최준석이 중심타선에서 이번에는 유희관의 공을 제대로 공략해야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제 9경기만을 남겨 둔 롯데는 매 경기가 결승전이나 다름없다. 22일 선발투수는 박세웅, 아무래도 이름값에서는 유희관에 밀린다. 그렇지만 야구는 언제 어떤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1승이 필요한 롯데, 이번에도 유희관을 공략해야만 승리가 보인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