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 kt 위즈가 통신사 라이벌만 만나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다.
kt는 올 시즌 134경기를 치르면서 50승 84패(승률 3할7푼3리)를 마크하고 있다. 22일 경기에서 9위 LG 트윈스가 KIA 타이거즈에 15-5 완승을 거두면서 59승(75패 2무)째를 거뒀다. 따라서 kt는 앞으로 1패만 더 하더라도 최하위가 확정된다. 하지만 kt의 후반기 행보는 충분히 인상 깊었다. 6월 이후 성적만 본다면 40승 42패로 승률 4할8푼8리. 삼성-NC-넥센-두산에 이은 5위였다.
바꿔 말하면 시즌 초에 조금 더 좋은 성적을 냈다면 더 높은 목표도 바라볼 수 있었다. 6월 이후에는 오히려 현재 5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팀들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kt는 초반 여러 팀들에 긴 연패를 당했다. 두산을 상대로는 개막 후 7연패로 열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하나씩 갚아나갔다. 시즌 초 확실히 천적 관계를 굳혔던 팀들이 점차 kt를 버거워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중위권 팀들과의 상대 전적에서도 어느 정도 균형을 맞췄다. 상위권 팀들과의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아직 시즌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현재 삼성에 3승 10패, NC에 5승 10패, 넥센에 5승 10패, 두산에 3승 11패로 뒤져있다. 그나마 SK에 7승 8패, 롯데에 6승 9패, KIA에 7승 7패, 한화에 6승 9패, LG에 8승 8패로 비슷하게 싸웠다. LG, KIA와는 이미 올 시즌 맞대결이 끝난 상황.
가장 주목할 점은 통신사 라이벌 팀들과의 상대 전적이다. 우선 kt는 LG와 8승 8패 동률로 올 시즌 맞대결을 마쳤다. 21일 전까지만 해도 7승 8패로 뒤져있었지만 21일 잠실 LG전에서 크리스 옥스프링의 6이닝 1실점 호투를 앞세워 4-1로 제압. 끝내 8승 8패로 동률을 이뤘다. 조범현 kt 감독은 경기 후 “한 팀에 동률이란 건 쑥스럽지만, 어쨌든 한 시즌 동안 좋은 경기를 했다는 그런 평가를 듣고 싶다”라고 말했다.
kt가 첫 맞대결에서 유일하게 승리를 따낸 상대 팀도 LG였다. 다른 형님 구단들에는 연패를 당했지만 바로 첫 대결이었던 5월 8일 수원 LG전에서 지금은 퇴출된 필 어윈의 호투를 앞세워 승리했다. 5월 9일 경기까지 잡으며 2연승. 시즌 내내 어느 한 팀이 앞서가지 못했다. 결국 kt의 최종전 승리로 8승 8패로 올 시즌을 마무리하게 됐다.
또 다른 통신사 라이벌 SK와도 아직 팽팽한 승부를 이어가고 있다. kt는 올 시즌 첫 SK와의 원정 3연전(4월 7~9일)에서 싹쓸이 패배를 당했다. 당시만 해도 kt는 창단 첫 승을 거두지 못한 때였다. 4월 21일 수원 SK전에서도 3-9로 패하며 SK전 4연패. 쉽지 않은 승부가 이어졌지만 바로 다음날 경기에서 정대현이 호투하며 2-0으로 승리를 따냈다. 그 후 2연패, 3연승, 2연패, 3연승의 결과가 나왔다.
특히 kt는 SK 에이스 김광현을 상대로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여러 차례 연출했다. 김광현은 올 시즌 kt전 5경기로 가장 많이 등판했으나 2승 1패 평균자책점 9.00을 기록했다. 지난달 29일 수원 kt전에서도 1⅔이닝 8실점으로 호되게 당했다. kt는 최근 SK전 3연승으로 상승세다. 이제 오는 29일 인천에서 SK와 팀 간 최종전을 치른다.
현재 상대 전적이 7승 8패이기 때문에 이날 경기에서 kt가 승리한다면 LG전과 마찬가지로 8승 8패 동률. 이미 나머지 7개 팀과의 상대 전적에선 열세가 확정됐지만 통신사 라이벌 LG, SK를 상대로는 동률로 시즌을 마칠 수 있는 kt다. 어쩌면 이 라이벌 구도는 앞으로 프로야구판을 더 뜨겁게 달굴지도 모른다. /krsumi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