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이닝 7K 완벽투' 이재우, PS 엔트리 변수 등장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9.23 05: 55

절치부심한 이재우(35, 두산 베어스)가 김태형 감독을 고민에 빠뜨릴 수 있을까.
이재우는 이번 시즌 두산 투수조 최고참으로 임무가 막중했다. 김 감독은 미야자키 스프링캠프부터 그의 보직을 확실히 정해줬다. 셋업맨으로 한 이닝 정도 확실히 막아줬으면 좋겠다는 것이 김 감독의 생각이었다. 시즌 초 이재우는 13⅓이닝 동안 19탈삼진, WHIP 0.98이라는 좋은 성적으로 벤치의 믿음에 부응했지만, 지금은 평균자책점이 6.26까지 치솟았다.
거듭된 부진으로 인해 지난 4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이재우는 이천에서 훈련하고 있다. 지난 22일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벌어진 kt wiz와의 퓨처스 연습경기에서는 3이닝 동안 45개의 공으로 탈삼진 7개를 잡으며 무실점 호투했다. 스트라이크 낫아웃에 의해 1루 진루를 허용한 것 하나를 제외하면 3이닝 퍼펙트였다.

이재우 본인도 경기를 마친 뒤 "포심 패스트볼의 볼 끝이 만족스러웠고, 포크볼과 커브 등 변화구도 괜찮았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최고 구속은 142km였다. 올해 1군에서 보여줬던 구속과도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피칭을 보여준 이재우가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면 팀의 포스트시즌 엔트리 구성에 있어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특히 가을 무대에도 많이 섰던 백전노장 이재우는 경험 면에서 강점이 있다. 현재 1군 투수조 맏형인 이현승도 현대 시절인 2006년, 두산 이적 후인 2010년을 제외하면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했다. 그만큼 현재 두산엔 이재우만큼 가을잔치 실전 경험이 풍부한 투수가 드문 편이다.
필승조에 자리를 잡을 수는 없겠지만 팀이 뒤지고 있을 때 추격조 임무, 혹은 크게 이기거나 패하는 흐름의 경기에서 팀이 다른 투수를 소모하지 않을 수 있게 자신에게 주어진 이닝을 소화해주는 것만 해내더라도 팀에는 도움이 된다. 같은 우완인 윤명준이 1군 복귀 후 10⅓이닝 1실점(평균자책점 0.87)으로 호투하고 있는 점은 또 하나의 변수다.
물론 이재우의 포스트시즌 출전이 어려운 현실적 이유들도 있다. 대부분의 팀은 정규시즌 엔트리 투수 숫자를 12명 정도로 유지한다. 포스트시즌에는 5인 선발로테이션을 쓰지 않기 때문에 기존 선발 1~2명이 불펜으로 가기도 한다. 따라서 투수 숫자를 늘릴 필요가 없다. 일례로 지난해 넥센은 한국시리즈 엔트리를 짜면서 투수를 단 10명만 활용했다. 이러한 경향을 볼 때 현재 1군에 있지 않은 이재우가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진입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시즌 종료 후 2차 드래프트가 있어 어쩌면 올해가 두산에서 보내는 마지막 시즌이 될지도 모르는 이재우의 각오는 남다르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시즌 막판에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며 그는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전했다. 투수조 최고 베테랑이 김태형 감독과 한용덕 투수코치를 고민에 빠지게 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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