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훈·안익훈, 2016 LG 테이블세터 급부상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9.23 06: 01

공수주 다 되는 테이블세터가 만들어지는 것인가.
올해 처음으로 LG 유니폼을 입은 두 외야수가 팀의 보배가 되려고 한다. 지난 7월말 트레이드를 통해 합류한 임훈(30)과 고졸신인 안익훈(19)이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도 맹활약 중이다. 2016시즌 LG의 테이블세터는 임훈과 안익훈이 될지도 모른다.
임훈과 안익훈은 최근 2경기에서 각각 1번 타자겸 우익수, 2번 타자겸 중견수로 선발 출장했다. 둘은 21일 잠실 kt전에서 안타 4개를 합작했고, 22일 광주 KIA전에선 LG가 일찍이 승기를 잡으면서 임훈이 교체됐음에도 4출루를 기록했다. 1회초 임훈이 몸에맞는볼로 1루를 밟자 안익훈이 좌전안타를 날려 무사 1, 3루, 콤비 플레이로 LG는 찬스를 만들었다. 결국 이 플레이는 15-5 대승의 시작점이 됐다. 

사실 양상문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임훈과 안익훈에게 공격보다는 수비에서 거는 기대치가 컸다. 무엇보다 LG는 드넓은 잠실구장 외야를 소화할 수 있는 외야수가 절실했다. 때문에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서 안익훈을 지명했고, 두 달 전에는 트레이드 마감일에 앞서 임훈을 영입했다.
결과는 기대대로였다. 안익훈은 2군 대만캠프부터 두각을 드러내며 귀국 후 곧바로 1군 시범경기에 투입됐다. 지난 3월 2군 대만캠프에 참석했던 한 베테랑 선수는 “익훈이가 정말 물건이다. 못 잡는 타구가 없다. 타격도 발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작년 배병옥과 비슷한 듯 다르다. 병옥이는 좀 거친 스타일이었는데 익훈이는 센스가 있다. 앞으로 크게 될 것이다”고 극찬한 바 있다. 이후 안익훈의 수비를 직접 지켜본 양 감독은 “우리 팀 외야수 중 수비만 놓고 보면 최고일 것이다”며 꾸준히 안익훈을 1군 무대에 올렸다.
임훈은 이미 수 년 동안 수비가 뛰어난 외야수로 평가받아왔다. SK에서 외야 세 포지션을 모두 소화하면서 꾸준히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었다. 강하면서도 정확한 송구로 상대 주자를 묶었고, 펜스에 강하게 충돌하면서도 투지를 앞세워 타구를 잡아냈다.
사실 임훈을 향한 LG의 갈증은 꽤 오래됐다. 2011년 겨울, 조인성이 SK와 FA 계약을 체결할 당시, LG는 보상선수로 임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SK가 조인성에 앞서 임경완과 FA 계약을 했고, 임경완의 전 소속팀이었던 롯데가 먼저 보상선수로 임훈을 지명해버렸다.(그런데 임훈은 이후 롯데가 정대현을 FA로 영입하면서 SK로부터 보상선수로 지명받았고, 20일 만에 다시 SK로 돌아갔다. LG는 조인성의 보상선수로 임정우를 지명했다.)
어쨌든 LG는 약 4년 후 임훈과 인연을 맺었고, 임훈은 수비뿐이 아닌 타격에서도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트레이드로 LG에 오기 전까지 시즌 타율이 2할1푼7리에 불과했으나, LG 유니폼을 입은 후 47경기서 타율 3할7리(163타수 50안타) 출루율 3할8푼7리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해 커리어하이 타율이었던 3할1푼4리가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또한 트레이드 직후 “칭찬과 비난 모두 다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못할 때 욕먹는 것은 당연하다. 잘 하면 그만큼 보상이 있지 않나. 잘 하면 된다고 본다”고 했던 다짐을 그대로 실천 중이다. 양상문 감독은 “1번 타자에 적합한 안정된 스윙을 한다. 일단 올 시즌은 훈이를 1번 타순에 고정시킬 것이다”고 말했다.
안익훈도 1군 무대에 빠르게 적응 중이다. 박용택은 안익훈을 두고 “신인 시절 이용규를 보는 것 같다. 용규처럼 타구를 정말 잘 따라간다. 익훈이처럼 확실한 장기가 있는 신인이 팀에 도움도 되고 자신도 기회를 얻는다”고 평가했다. 타격에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실패해도 흔들리지 않는다. 당찬 모습을 유지하면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안익훈은 9월 들어 20타수 8안타로 활약, 시즌 타율을 2할7푼3리까지 올렸다. 주루플레이에서 실수를 범했고, 억울하게 아웃판정을 당하기도 했으나, 항상 당당하다.
LG 구단은 안익훈을 군입대 시키기에 앞서 팀의 중심선수로 키울 계획이다. 수비뿐이 아닌 타격에서도 잠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두산 시절 정수빈을 지도했던 신경식 LG 2군 타격코치는 “입단 당시 모습만 놓고 보면 익훈이가 수빈이보다 인상적이다. 파워도 있고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때리는 능력도 지녔다. 타격 재능만 보면 익훈이가 더 낫지 않나 싶다”고 밝힌 바 있다.
LG는 수년 동안 확실한 테이블세터진을 구축하지 못했다. 지난 몇 년 박용택과 정성훈이 1번 타자로 나섰고, 둘은 출루머신다운 활약을 펼쳤다. 그런데 2번 타순은 항상 비어있었다. 이진영 이병규(7번) 손주인 오지환 김용의 등이 2번 타자로 나섰는데, 끝내 2번 타자를 찾지 못했다. 출루 후 도루가 필요한데 오지환과 김용의 외에는 도루를 요구하기 힘들었다.
임훈이 활약을 이어가고, 안익훈이 타격에서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LG는 테이블세터 문제를 해결할 모범답안을 얻게 된다. 공수주 모두에 능한 외야수 두 명이 시종일관 그라운드를 휘젓는 광경이 펼쳐질 것이다. 연령대도 알맞다. 만 30세의 임훈은 앞으로 최전성기, 만 19세 안익훈은 이제 막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둘이 신구조화 중심에 자리할지도 모른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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