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상황이지만 그 와중에서도 승리를 향한 방법을 코칭스태프와 논의하고 있다. 팬들이 즐거워하실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김기태 KIA 감독은 애써 목소리를 추슬렀다. 팀 상황이 썩 좋지 않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5위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였다. 여전히 5위 싸움에서 포기할 단계도 아니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주축 선수들의 몸 상태가 좋지 않고 불의의 부상까지 겹쳤다. 가뜩이나 부족한 밑천이 더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남행열차가 마지막까지 달릴 수 있을지도 관심으로 떠올랐다.
KIA는 22일 현재 134경기에서 63승71패(.470)로 리그 7위를 기록하고 있다. 와일드카드 자격이 주어지는 5위 SK(63승69패1무)까지의 승차는 1경기다. 자력으로도 5위 진출은 가능한 사정권 내에 있다. 객관적인 전력, 시즌 전 예상과 비교하면 KIA는 지금 이 성적만으로도 큰 선전을 했다고 할 만하다. 그러나 여기까지 온 이상 5위를 포기할 수도 없다. 김기태 감독부터도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상황이 여러모로 좋지 않다. KIA는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를 선수들의 끈질긴 집중력과 김기태 감독의 벤치 리더십, 그리고 적절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만회해왔다. 지는 경기는 무기력하게 무너질 때가 있어도 이겨야 할 경기에서의 집중력과 힘은 살아 있었다. KIA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그런데 그 집중력과 힘을 최대한 끌어내야 할 주축 선수들 중 일부가 잔여경기에서 힘을 보탤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일단 불펜의 맏형이었던 최영필은 시즌아웃이 확정됐다. 21일 인천 SK전에서 이명기의 투수 강습 타구를 막다 오른쪽 손목에 미세 골절 판정을 받았다. 당초 타박상 정도를 예상했지만 정도가 더 심했다. 최영필은 올 시즌 59경기에서 5승2패10홀드 평균자책점 2.86을 기록한 불펜의 믿을맨이다. 여기에 2루수 김민우는 22일 광주 LG전에서 1회 수비 도중 오른손 검지 골절상으로 역시 남은 시즌에 뛰기는 어려워졌다.
선발진도 힘이 부치기는 마찬가지다. 원투펀치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 외국인 에이스였던 조쉬 스틴슨은 22일 경기를 앞두고 1군에서 말소됐다. 어깨 통증 때문이다. 말소 기간을 고려하면 남은 시즌에 힘을 보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에이스 양현종도 몸 상태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21일 인천 SK전에서도 6이닝 동안 무실점 역투를 펼쳤으나 77개만 던진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스스로의 의지는 대단하지만 회복력이 떨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일정도 만만치 않다. KIA는 5위 경쟁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남은 경기가 많고 이동거리도 적지 않다. 26일 광주 SK전 이후 28일에는 잠실 LG전, 29일에는 사직 롯데전을 펼친다. 팔도유람을 할 판이다. 김 감독은 “26일 경기 후 일부 투수들은 서울로 가지 않고 아예 부산으로 이동하는 방법을 고려 중이다”라고 고민을 드러내고 있다. 롯데와의 2연전 혈투가 끝나면 광주로 와 삼성, 두산이라는 상위권 팀들과 대결한다. 이어 4일에는 지난 9월 11일 비로 취소됐던 두산과의 경기를 다시 서울에서 펼쳐야 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