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나아지고 있다".
알프레도 피가로(삼성)가 1군 복귀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올 시즌 12승 7패(평균 자책점 3.53)를 기록 중인 피가로는 어깨 피로가 누적돼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지난달 25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피가로는 일본 무대에서는 선발 투수로 활약했지만 미국 무대에서는 중간 계투로만 뛰었다.
올 시즌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았던 만큼 피로가 쌓일 수 밖에 없었다. 피가로는 5일 대구 KIA전을 앞두고 1군 무대에 복귀해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6이닝 2실점(8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호투했으나 직구 최고 스피드가 146km에 불과했다. 150km대 강속구가 주무기인 피가로의 구속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는 건 어깨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의미.

삼성은 피가로에게 좀 더 시간을 주기로 했다. 피가로는 성준 BB아크 코치와 윤성철 재활군 트레이너의 집중 관리를 받고 있다. 22일 성준 코치와 윤성철 트레이너가 지켜보는 가운데 불펜 피칭 30개를 소화했다.
피가로는 23일 "매일 나아지고 있다"고 현재 상태를 전했다. 5일 복귀 첫 등판 때 최고 구속 146km에 불과한 것을 두고 "당시 컨디션은 30% 수준에 불과했다. 경기는 해야 했고 그 상태에서 던졌다"고 대답했다.
최근 4년간 중간 계투로만 뛰었던 게 영향을 미친 건 아닐까. 피가로는 "그게 하나의 이유가 될 수도 있다. 4년간 계투로만 뛰었고 데뷔 후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아마 그런 영향이 아닐까 싶다"면서 "매일 나아지고 있고 경기에 나갈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니 걱정할 만큼은 아니다"고 우려를 불식시켰다.

류중일 감독은 피가로의 복귀 예상 시점과 관련해 "이번엔 시기를 정하지 않고 본인이 확실히 좋아졌다고 할 때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피가로는 "상태는 좋다. 불펜 피칭과 라이브 피칭을 통해 감각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1군의 부름을 받으면 좋은 모습으로 갈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대답했다.
피가로는 올 시즌을 되돌아보며 "경기를 하다보면 예측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승리라는 건 내가 할 수 없는 다른 요소들이 작용해야 가능하다. 승리를 거두는 것도 좋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퀄리티 스타트는 선발 투수의 평가 잣대. 피가로는 24차례 선발 등판을 통해 17차례 퀄리티 스타트를 달성했다. "투수는 단순히 15승, 20승 등 승수로만 평가해선 안된다고 본다. 내가 해야 할 부분인 퀄리티 스타트를 달성하는 게 중요하다. 24경기 가운데 17차례 퀄리티 스타트를 달성했으니 최선을 다한 게 아닌가. 이기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요소만으로 되는 건 아니기에 승리만으로 평가받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불운한 투수로 꼽히는 쉘비 밀러(애틀란타)를 예로 들었다. 밀러는 5승 16패를 거뒀다. 평균 자책점은 3.00. 승운이 따르지 않았을 뿐 투구 내용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는 게 피가로의 생각이다.
피가로는 "나도 기대치에 대해 실망스러운 건 있는데 4년간 계투로 뛰다가 선발로 전향한 첫해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이만큼 한 건 잘한 것 같다.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