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연속 PS’ 피츠버그, 공신 강정호는 없었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9.24 15: 46

21세기 최악의 팀이었던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피츠버그는 24일(이하 한국시간) 콜로라도와 원정경기서 13-7로 대승, 가을잔치 매직넘버를 ‘0’으로 줄였다.
이로써 피츠버그는 1993년부터 2012년까지 무려 20년 동안 이어졌던 루징팀의 이미지에서 완전히 탈피했다. 2013시즌 플레이오프 티켓을 획득한 기세를 3년째 이어가고 있다. 현재 올 시즌 전적 92승 60패로 리그 전체 2위, 세인트루이스와 함께 유이한 6할 승률 팀으로 자리 중이다.

에너지 넘치는 야수진, 탄탄한 투수진, 클린트 허들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지도력, 그리고 닐 헌팅턴 단장의 현명함이 피츠버그를 강팀으로 만들었다. 앤드류 매커친 스탈링 마르테 닐 워커 등 공수주에 모두 능한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휘젓는다. 뉴에이스 게릿 콜부터 베테랑 A.J. 버넷까지 투수진은 신구조화를 앞세워 지키는 야구를 펼친다. 시즌 전 물음표였던 포수 프란시스코 서벨리는 공수 모두에서 기대치를 뛰어 넘었다. 여기에 첫 번째 KBO리그 출신 메이저리그 야수가 된 강정호가 대폭발했다. 강정호는 유격수와 3루수를 모두 소화했고, 공격에선 중심타선에서 맹타를 휘둘렀다.
그러면서 피츠버그 도시에도 다시 야구 붐이 불고 있다. NFL팀 피츠버그 스틸러스에만 열광하던 시민들이 20년 만에 다시 야구장을 찾는다. 암흑기에는 매년 150만명 내외의 관중이 입장했으나, 승리하기 시작한 2012시즌부터 200만 관중을 훌쩍 넘기고 있다. 지난해 244만 관중에 이어 올해도 240만 관중 돌파가 가능하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피츠버그는 입단 첫 해부터 주역으로 올라선 강정호를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릴 수 없다. 강정호는 지난 18일 컵스전에서 상대 주자의 슬라이딩에 의해 왼쪽 다리에 큰 부상을 당했다. 곧바로 시즌아웃됐고, 복귀까지 6개월에서 8개월 필요한 상황이다.
기록만 봐도 강정호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알 수 있다. 강정호는 126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8푼7리(팀 3위) 15홈런(팀 4위) 58타점(팀 5위)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7월 중순 유격수 조디 머서와 3루수 조쉬 해리슨이 모두 부상으로 빠졌을 때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3.9로 야수진 3위, 팀 4위에 자리 중이다. 리그 정상급 공격형 내야수로 부상했고, 신인왕 경쟁에도 이름을 올렸다. 강정호가 없었다면, 피츠버그 또한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강정호의 은사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은 “정말 아쉽다. 가장 아쉬운 것은 정호가 플레이오프를 경험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며 “정호는 이제 메이저리그의 선수 아닌가. 메이저리그 선수로서 리그의 가장 큰 무대에 설 기회를 놓쳐버렸다. 플레이오프를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정호가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텐데 안타깝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피츠버그는 오는 10월 8일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경기에 나설 확률이 높다. 3년 연속 와일드카드 경기. 2013년에는 신시내티에 승리, 디비전시리즈에 진출했지만, 2014년에는 샌프란시스코에 패했다. 피츠버그가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어떻게 강정호의 공백을 메울지 지켜볼 일이다.
한편 강정호는 피츠버그 구단으로부터 한국에서 재활하는 것을 승인받았다. 헌팅턴 단장은 현지언론과 인터뷰에서 “우리와 (피츠버그에서) 함께 있는 것이 중요하지만, 한국으로 돌아가 몇몇 일들에서 잠시 멀어지고 싶어 할 때가 있을 것이라는 점도 존중해줄 것이다”고 전했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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