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통신] 잘 싸운 김동광호, 중국농구 열기에 졌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5.09.25 06: 29

경기장에 네 시간 전에 와도 표가 없다. 중국대표팀의 인기가 상상초월이다.
김동광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24일 오후 8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중국 후난성 장사시 다윤 시티아레나에서 개최된 2015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C조 예선 2차전에서 홈팀 중국에게 73-76으로 역전패했다. 전반전 한 때 20점까지 앞섰던 한국은 후반전 역전패를 허용했다. 1승 1패의 한국은 2연승을 달린 중국에 이어 2위로 밀려났다.
중국내에서 농구의 인기는 어마어마하다. 미국프로농구 NBA뿐 아니라 자국리그 CBA의 인기도 수준급이다. NBA는 오는 13일 중국에서 샬럿 호네츠 대 LA 클리퍼스의 시범경기를 개최한다. 중국내에서 이에 대해 엄청난 홍보를 하고 있다. TV만 틀면 광고가 나온다. 스포츠 전문채널에서 하루 종일 아시아선수권에 대한 뉴스가 나온다. 전문패널이 등장해 공을 들여 한국팀에 대한 전력분석을 토론할 정도다.

중국대표팀의 경기는 항상 가장 많은 사람들이 올 수 있는 현지시간 7시 30분에 열리고 있다. 워낙 인기가 많다보니 입장권은 일찌감치 매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경기시작 네 시간 전에 진풍경이 벌어졌다. 경기장으로 올라가는 큰 도로변에서 표를 구하는 사람들이 입간판을 내걸고 서 있었다. ‘2-4배로 돈을 줄 테니 나에게 표를 팔라’는 내용이었다.
이날 가장 좋은 좌석의 가격은 500위안(약 9만 3천원)이었다. 하지만 5배인 2500위안(약 46만 5천원)을 줘도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다고 한다. 그만큼 한국 대 중국의 경기는 대회 최고의 빅카드였다.
경기가 열리는 다윤 시티아레나는 창사사회대학 캠퍼스 안에 위치해 있다. 정문에서 가파른 언덕을 20분 정도 걸어서 올라가야 산꼭대기에 경기장이 나온다. 관중들이 오기 매우 불편한 장소다. 하지만 관중들은 개의치 않고 복도까지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8000명 정도를 수용하는 시티아레나는 인천삼산체육관과 비슷한 규모다. 체육관 시설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다만 관중석과 코트의 거리가 가깝고 사각지대가 없어 농구를 보기에는 쾌적한 환경이었다. 특히 천장에는 NBA경기장에서나 볼 수 있는 대형 HD전광판이 설치돼 있다. 리플레이나 각종 이벤트 등이 전광판으로 상영됐다.
중국대표팀의 경기가 열리기 전 30여명의 공안이 경기장 곳곳에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중국대표팀이 입장하자 경기장이 떠나갈 듯 했다. 흥분해서 웃옷을 벗는 남성팬들도 있었다. 분위기는 그야말로 적인 한국선수단을 잡아먹을 기세였다.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이겨내고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다.
악조건 속에서도 한국은 기대 이상으로 잘 싸웠다. 양동근(24점, 10리바운드)과 조성민(14점)을 앞세운 한국은 2쿼터 후반 44-24로 20점을 앞섰다. 흥분한 중국관중들은 일제히 ‘짜요’를 외치며 중국을 응원했다. 경기장이 쩌렁쩌렁 울리며 엄청난 위압감을 선사했다. 마치 한국에게 패하면 단체로 폭동을 일으킬 기세였다.
전반전을 마친 뒤 일부 관중은 라커룸으로 향하는 한국선수들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심지어 중국 기자들까지 취재석에서 ‘짜요’(화이팅)를 외치며 한국 선수들을 조롱했다. 한국에서 온 기자도 신변에 위험을 느낄 정도였다. 일본, 중동 등 다른 외국기자들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3쿼터에도 한국은 16점을 앞서며 승리를 자신했다. 하지만 4쿼터 막판 이젠롄(20점)과 저우치(21점)의 높이를 막지 못하고 무너졌다. 중국의 승리가 확정되자 8천여 관중이 일제히 국가를 합창했다. 한국선수들은 아쉬운 마음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중국의 승인은 선수들이 아닌 열광적인 관중이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닌 경기였다.
경기 후 열린 공식기자회견에서도 다소 상식 밖의 진풍경이 펼쳐졌다. 공루밍 감독의 인터뷰가 끝나자 중국기자들은 단체로 박수를 치며 '짜요'를 외쳤다. 한국은 불법스포츠도박과 승부조작으로 프로농구가 얼룩졌다. 관중들도 예년에 비해 급감했다. 한국기자 입장에서는 중국의 '삐뚤어진' 농구사랑조차도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장사(중국)=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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