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지금은 부상으로 뛸 수 없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이 잊히는 것은 아니다. 강정호(28, 피츠버그)가 팀 내 오프시즌 최고 계약으로 평가되며 올 시즌 공로와 향후 기대감을 모두 인정받았다.
피츠버그는 24일(이하 한국시간) 미 콜로라도주 덴버의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와의 경기에서 초반부터 터진 타격의 힘을 바탕으로 13-7로 이겼다. 이로써 피츠버그(92승60패)는 남은 경기 결과와는 관계없이 적어도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자리를 확보했다. 선두 세인트루이스와의 승차(4경기)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지만 가을야구 한 자리는 따낸 것이다.
팀 프랜차이즈 역사상 17번째 가을야구 진출이자,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기도 하다. 3년 모두 현지시간으로 9월 23일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다는 것 또한 흥미로운 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지만 1990년대 이후 정상권과는 거리가 있었던 피츠버그가 강호의 이미지를 완전히 굳히는 한 해이기도 하다. 피츠버그는 득점에서 리그 4위, 실점에서 리그 3위를 기록하는 등 공·수에서 고른 전력을 뽐냈다.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본 대표적인 팀이라는 평가다. 미 CBS스포츠는 피츠버그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된 뒤 “피츠버그는 현재 98승 페이스이며 이는 그들의 마지막 월드시리즈 우승인 1979년 이후 가장 많은 승수”라면서 “그에 비해 그들의 연봉 총액은 메이저리그(MLB)에서 전체 23위에 불과하다. 이는 닐 헌팅턴 단장과 그를 비롯한 프런트 오피스, 그리고 클린트 허들 감독의 엄청난 성과다. 피츠버그는 현재 야구계에서 가장 뛰어난 조직을 구축했다”라고 호평을 내렸다.
주축 선수들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다. 역시 팀의 간판스타이자 2013년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빛나는 앤드루 매커친이 첫 머리였다. CBS스포츠는 “예상대로 매커친이 팀을 이끌었다. 시즌 초반에는 무릎 부상으로 고전했으나 5월 7일 이후로는 타율 3할2푼, 출루율 4할3푼, 장타율 0.545를 기록했다”라며 가장 큰 공신으로 평가됐다. 그 다음으로 언급된 선수가 바로 강정호였다.
CBS스포츠는 “강정호는 무릎 부상 전까지 팀 내 오프시즌 최고 계약이었다”라고 매커친에 이어 강정호를 두 번째 수훈 선수로 뽑았다. 올해를 앞두고 피츠버그와 4년 계약을 맺은 강정호는 타율 2할8푼7리, OPS(출루율+장타율) 0.816, 15홈런, 58타점을 기록하며 피츠버그 내야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떠올랐다. 특히 주전 내야수들인 조디 머서와 조시 해리슨이 부상으로 빠진 7월 이후 맹활약하며 피츠버그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큰 공을 세웠다.
실제 강정호는 올 시즌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 팀 내 최고 수준의 성적을 냈다. 통계전문사이트인 ‘팬그래프닷컴’에 의하면 강정호의 WAR은 3.9로 매커친(5.8), 게릿 콜(5.2)에 이어 3위였다. 4위 스탈링 마르테(3.6), 5위 프란시스코 서벨리(3.5), 6위 프란시스코 리리아노(3.3)까지가 WAR 3 이상을 기록한 선수였다. 강정호의 계약이 완벽히 성공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다만 해적선의 앞길에 순풍만이 부는 것은 아니다. 현재 상황에서 세인트루이스를 추월하기는 버겁다. 결국 피츠버그는 와일드카드 2위인 컵스와 단판승부를 벌일 가능성이 크다. 역시 와일드카드 출전권을 일찌감치 결정지을 것으로 보이는 컵스는 올 시즌 리그 첫 ‘20승 투수’ 제이크 아리에타를 내세울 것이 확실시된다. 피츠버그의 행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도 관심사가 됐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