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 전체 연봉 23위. 그러나 포스트시즌 진출 확정은 두 번째로 빨랐다. 피츠버그의 성공에 대한 분석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피츠버그의 선진화된 빅 데이터 시스템이 강정호(28, 피츠버그)라는 올 시즌 최고 계약을 이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와 관심을 모은다.
포스트시즌 진출까지 ‘매직넘버 1’을 남겨두고 있었던 피츠버그는 24일(이하 한국시간) 미 콜로라도주 덴버의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와의 경기에서 13-7으로 이기고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다. 올 시즌 리그 전체에서 중부지구 선두 세인트루이스에 이은 두 번째 가을야구행이다. 피츠버그는 이날 이기거나, 혹은 샌프란시스코가 지면 최소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권을 확보할 수 있었는데 자력으로 깔끔하게 마침표를 찍었다.
이로써 피츠버그는 팀 프랜차이즈 역사상 17번째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으며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의 쾌거를 이뤘다. 피츠버그는 LA 다저스나 뉴욕 양키스와 같이 대도시를 기반으로 한 팀이 아닌 전형적인 ‘스몰마켓’ 팀이다. 실제 연봉 규모는 리그 23위이며 100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도 극소수다. 이에 미 언론은 “프런트의 뛰어난 수완이 만들어 낸 성과”라며 칭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돈이 많은 팀은 스타를 사오면 그만이다. 하지만 피츠버그는 그럴 능력이 없다. 이에 피츠버그는 21세기 들어 꾸준히 팀 운영 전반에 체계적인 ‘숫자’를 접목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지역 언론인 피츠버그 트리뷴의 트래비스 소칙은 저서를 통해 피츠버그가 이른바 ‘빅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통해 20년 동안 이어진 포스트시즌 탈락 잔혹사를 깼으며 이 숫자는 프런트 오피스, 코칭스태프 구성 등 팀 전반적인 부분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고 있다. 수비 시프트 등 경기 내 활용은 기본이다.
이런 피츠버그의 빅 데이터는 올 시즌 오프시즌에도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저비용 고효율 선수를 쓸어담으며 적은 돈으로 뚜렷한 전력 강화를 이뤄냈다. 미 스포츠전문매체인 ESPN은 그 대표적인 선수로 강정호를 손꼽았다. 강정호는 KBO 리그 최고의 타자였지만 MLB 무대에서는 전혀 검증된 것이 없는 선수였다. 모든 팀들이 이런 고민 속에 빠져 있을 때 피츠버그는 수집한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해 강정호의 성공에 과감히 베팅했다.
ESPN은 이런 분석들이 한국 최고의 타자였던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스카우트의 말에 신뢰를 더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피츠버그는 강정호 영입 전 현장을 잘 아는 스카우트들의 직관적 분석은 물론 수차례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강정호의 KBO 리그 성적이 MLB에서 어떻게 변환될지를 분석했다. 그리고 피츠버그의 선택은 기대 이상의 성과로 돌아오며 향후 내야 구성에 큰 힘을 보탰다.
또한 ESPN은 이런 체계적인 시스템이 은퇴를 앞둔 베테랑 A.J 버넷의 계약에도 확신을 더했으며 스탈링 마르테와 그레고리 폴랑코 등 마이너리그의 유망주들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지 마이너리그 코칭스태프에게도 도움을 줬다고 언급했다. 러셀 마틴을 보내고 프란시스코 서벨리를 영입한 것, 시즌 중반 J.A 햅을 트레이드로 영입한 것 또한 단순히 즉흥적이고 상황적인 결정이 아닌 그들의 시스템적 결정이 성공을 거뒀다고 분석했다.
한 번 잘 구축한 시스템은 향후 선수 영입 및 구단 운영을 합리적으로 이끈다. MLB 팀들이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사활을 거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수정과 보완을 통해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다. 단장 및 구성원들의 직관과는 다른 측면에서 팀 미래를 밝힌다. ESPN은 “이제 포스트시즌 피츠버그에 충분하지 않다. 피츠버그의 야구에 새 시대가 열렸다”고 단언했다. 피츠버그가 스몰마켓 팀의 생존 비법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