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위에 올라서면 주어졌던 ‘5위 칼자루’가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이번에는 SK다. 돌고 돈 5위 칼자루가 SK의 손에 끝까지 남아있을지, 아니면 다른 팀이 SK를 끌어내리고 마지막에 웃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KBO 리그 막판 최대 흥행 포인트다.
23일까지 KBO 리그 5위 싸움은 알 수 없는 형국이었다. 경기가 없는 팀이 어부지리로 5위에 올라가는 양상이 되풀이됐다. ‘니가 가라 5위’라는 유행어가 탄생한 배경이다. 그런데 24일은 조금 분위기가 달랐다. 웃는 팀이 있었고 우는 팀이 있었는가 하면, 치명상을 당한 팀이 있었고 찜찜한 팀도 있었다. “5위 싸움에서 24일 경기 결과가 분수령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날까지 6위 SK에 반경기차로 앞선 5위였던 롯데는 24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더블헤더 두 경기를 모두 내주며 치명상을 입었다. 1차전에서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을 내세워 기세를 몰아가겠다는 심산이었지만 계속된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졌다. 2차전에서도 중반 이후 힘 싸움에서 밀리며 2연패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7위 KIA도 마산에서 NC에 난타를 당하며 미끄러졌다. 반면 6위 SK는 목동에서 넥센을 완파하고 5위 자리를 되찾았다. 경기가 없었던 8위 한화는 SK가 반 경기 더 도망간 것이 씁쓸했다.

치열한 고지전이다. 8월 24일 당시 5위는 KIA였다. 8월 28일 한화가 5위를 탈환해 9월 6일까지 그 자리를 지켰으나 9월 8일 롯데가 5위를 차지한 뒤 9월 19일까지 주인이 되며 기세를 타는 듯 했다. 하지만 8위에 처져 있었던 SK가 막판 저력을 과시하며 롯데와 반경기차 접전을 벌였고 결국 5위를 차지한 이래 가장 큰 승차에 속하는 1.5경기를 확보하며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24일까지 5위 SK(잔여경기 8경기)와 6위 롯데(6경기) 및 7위 KIA(9경기)와의 승차는 1.5경기다. 8위 한화(8경기)까지의 승차는 2경기. SK가 일단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은 맞다. 롯데는 남은 경기가 적어 상대적으로 불리한 여건이 처할 가능성도 높은 것이 사실. 전승 시나리오에서는 롯데가 가장 처진다. 하지만 어느 팀이든 전승 가능성은 희박한 만큼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5위 자리는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
어차피 네 팀 모두 총력전이 예고된 상황에서 가장 큰 관심은 SK가 자력으로 5위 자리를 지킬 수 있느냐다. 매직넘버를 세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없는 상황에서 SK가 남은 8경기에서 5할을 기록한다면 68승2무74패로 4할7푼9리의 승률을 기록한다. 그렇다면 롯데는 남은 6경기에서 5승을 거둬야 한다. 4승2패는 추월 실패다. KIA는 최소 6승3패의 성적이 필요하고, 한화도 무조건 8경기 중 6경기를 잡아야 한다.
여기서 SK가 내친 김에 5할에서 1승만 더 추가하면 나머지 팀들은 사실상 절망적인 상황이 된다. SK는 5승3패를 기록할 경우 4할8푼6리의 승률을 확보한다. 롯데는 6전 전승을 거둬야 하며, 한화는 7승1패, KIA는 7승2패가 필요하다. 세 팀의 객관적인 전력과 향후 대진을 고려하면 쉽지 않다. “SK가 잔여경기에서 5할 이상을 기록하면 올라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SK가 하기 나름이다”라는 계산이 나오는 이유다. 나머지 팀들의 팬들도 SK의 경기 결과를 유심히 살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시나리오는 이미 한화도 한 번 짜봤고, KIA도 상상했으며, 롯데는 아주 구체적인 모델을 만들기도 했다. SK도 간신히 앞서 나가고 있을 뿐 앞으로 삐끗한다면 언제든지 나락으로 빠질 수 있다. SK는 남은 8경기 중 올 시즌 상대전적에서 앞서는 팀과의 경기가 단 2경기밖에 없다. 칼자루를 쥔 SK가 5위 통과선을 자르며 가을행 막차를 탈 수 있을까. 모두에게 초조한 시간이 흐르고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