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연패 롯데, 벤치의 선수 신뢰회복이 먼저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9.25 06: 07

포스트시즌 티켓을 거의 거머쥐나 싶었던 롯데 자이언츠가 거짓말같은 6연패를 당하면서 주저앉았다. 롯데는 24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더블헤더 2경기를 모두 내줬다. 두산과 벌인 홈 3연전을 모두 내준 롯데는 도합 6연패를 당해 6위로 내려갔다.
이제 롯데는 64승 73패 1무를 거두며 5위 SK 와이번스에 1.5게임 뒤쳐지게 됐다. 롯데에 남은 기회는 고작 6경기, 여기서 최소 4승 2패는 거둬야 막판 뒤집기를 노려볼 수 있다. 만약 롯데가 4승 2패를 한다고 해도 SK가 남은 8경기에서 4승 4패로 승률 5할만 맞춰도 롯데는 탈락한다.
지나고보면 패한 경기 중 아쉽지 않은 경기는 없을 것이다. 롯데가 올해 진 73번의 경기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최근 6연패는 벤치의 조급함때문에 내준 경기들이 눈에 띈다. 기본적으로 선수를 믿어야 할 순간에 믿지 못하고 벤치가 개입하는 것이다. 물론 상대가 예측하지 못하는 순간 기발한 작전을 내 승기를 뒤집을수도 있지만, 아무리 능력이 좋은 감독이라도 작전으로 뒤집을 수 있는 경기는 10경기가 채 안 된다.

첫 번째로 아쉬운 대목은 희생번트다. 물론 희생번트는 때에 따라서 유용한 작전이다. 통계에 의해 희생번트의 기대득점, 득점확률이 실은 효율적이지 않다는 게 밝혀지기는 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상대를 압박해 유용한 작전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과도한 번트지시는 타석에 있는 타자를 믿지 못하는 것이며, 득점권에서 타석에 설 타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다.
18일 사직 SK전으로 돌아가보자. 당시 롯데는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이, SK는 5선발 박종훈이 나왔다. 롯데는 1회말 선두타자 손아섭이 2루타를 치고 나갔고, 타석에는 이우민이 등장했다. 9월 타율 3할8푼5리를 기록하고 있던 김문호가 최근 주로 2번 타자로 나섰지만, 바로 전날 번트실패 후 자신없는 모습을 보였다는 이유로 선발 출전하지 못했다. 그리고 롯데 벤치에서는 당연하다는 듯 1회부터 번트를 시도했지만 이우민이 번트를 대지 못하면서 손아섭이 3루에서 아웃을 당했다. 여기서 롯데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고, 1-3으로 패하면서 2연패가 돼 연패모드에 불을 켰다.
24일 두산과의 더블헤더 2차전도 번트가 아쉬운 대목이었다. 롯데는 1회말 선두타자 손아섭이 안타를 치고 출루했고, 타석에는 최근 롯데에서 가장 잘 맞는 김문호가 등장했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기계적으로 번트사인이 나왔고, 손아섭은 2루를 밟았지만 정훈과 아두치가 범타로 물러나 득점에 실패했다. 이날 선발이 5선발인 배장호였음을 감안하면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두 번째는 마운드 운용이다. 24일 더블헤더를 앞두고 이종운 감독은 "예전에야 더블헤더 2경기에 투수가 다 나갔지만, 요즘은 선수들이 그런 경험이 없어서 힘들다. 정 필요하면 모를까, 가급적이면 더블헤더 1차전에 나간 불펜투수는 2차전에 안 쓰는 게 맞다"고 말했다.
1차전에서 롯데는 홍성민과 이명우, 이성민으로 3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2차전, 홍성민과 이명우는 다시 한 번 마운드에 올라야했다. 정대현은 마무리투수니 맨 마지막까지 남겨둔다고 해도, 1차전에 나서지 않은 불펜투수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렇지만 벤치에서는 이들을 믿지 못해 홍성민과 이명우를 다시 꺼냈고, 결과적으로 홍성민은 패전투수 이명우는 역전패의 결정적 계기가 된 투런포를 허용하고 말았다.
이제 롯데는 NC(마산)-KIA 2연전(사직)-kt(사직)-넥센(목동)-LG(잠실) 6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물론 총력전을 펼쳐야겠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원칙을 지키고 기본적으로 선수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게 필요할 때다. 순리대로 한다면 오히려 기대하지 않았던 성적이 나올 수 있다. 9월 초 5연승을 달리던 롯데처럼 말이다. /cleanu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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