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가 홈으로 쓰는 잠실구장은 좌우 100m, 좌우중간 120m, 중앙 120m로 KBO 리그 경기가 열리는 프로구장 가운데 가장 크다. 메이저리그 구장들과 비교해봐도 5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규모가 큰 구장이다.
때문에 잠실구장은 홈런을 치기 힘든 곳이다. 거포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30홈런 타자가 마지막으로 나온 게 벌써 14년 전이다. 두산 쪽에서는 타이론 우즈가 1998년(42개), 1999년(34개), 2000년(39개), 2001년(34개) 4년 연속 잠실을 홈으로 쓰며 30홈런을 넘겼고, 1999년 심정수가 31개, 2000년 김동주가 31개를 각각 쳤다. LG는 1999년 이병규가 30개를 친 게 마지막이었다. 2000년 찰스 스미스는 35개를 쳤지만, 삼성에서 20개를 치고 LG로 옮긴 뒤 15개를 쳤다.
올해 두산 김현수가 24일 현재 홈런 24개를 기록 중이라 여전히 30홈런 돌파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두산에서는 그 뒤를 양의지(20홈런)가 따르고 있다. LG는 박용택이 16개로 올해 팀 홈런 1위를 기록 중이다. 과연 내년에는 잠실 30홈런 타자가 나올 수 있을까.

후보 명단에 오재일(두산)을 넣어도 될 듯하다. 오재일은 24일 현재 홈런 13개로 데뷔 후 가장 많은 홈런포를 기록하고 있다. 이제 겨우 홈런 13개를 친 오재일의 이름이 나오는 이유는 탁월한 8월 이후 '타수당 홈런' 때문이다.
오재일은 8월 이후 홈런 8개를 치고 있다. 이 부문 리그 1위는 나바로(삼성)와 박병호(넥센)로 각각 17개씩 쳤다. 그리고 테임즈(NC)는 14개를 담장 너머로 날렸다. 그런데 타수당 홈런으로 따지면 실은 이들 4명은 큰 차이가 안 난다.
나바로는 8월 이후 154타수, 박병호는 139타수에서 각각 홈런 17개씩 날렸고, 테임즈는 136타수에서 홈런 14개를 쳤다. 그런데 오재일은 붙박이 주전이 아니라 이들의 절반 수준인 78타수에서 홈런 8개를 날렸다. 8월 이후 타석당 홈런 순위는 박병호가 0.12개로 1위, 나바로가 0.11개로 2위, 그리고 오재일이 테임즈와 함께 0.10개로 공동 3위다. 참고로 같은 기간 리그 평균 타수당 홈런은 0.03개였다.
후반기 오재일은 다른 선수가 됐다. 자신감을 갖게 되면서 원래 갖고있는 힘을 최대한 발휘하는 스윙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덕분에 제한된 기회 속에서도 나올 때마다 인상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8월 이후 홈런을 친 8경기 중 7경기에서 팀도 승리를 거둬 영양가까지 만점이다.
중요한 건 지금 느낌을 내년까지 이어가는 것이다. 지금 오재일이 보여주고 있는 홈런 페이스는 30홈런을 기대하기에 충분하다. 물론 시즌을 치르다보면 슬럼프도 찾아올것이고, 집중견제도 이겨내야 한다. 분명한 건, 오재일에게도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cleanupp@osen.co.kr